2015. 4. 7.불날. 비

조회 수 658 추천 수 0 2015.05.07 02:29:40



이른 아침, 6시에 이르기 전,

몸을 봄이 와서 두드렸다. 잠이 깼다.

수행하고 산책하고 개울에서 돌 하나 주워와 장승 발아래 놓고,

음악을 틀고 차를 달이고,

그리고 차를 마시며 고재종의 시 한 편 읽었다.



흑명(黑鳴)


보길도 예송리 해안의 몽돌들은요

무엇이 그리 반짝일 게 많아서

별빛 푸른 알알에 씻고 씻는가 했더니

소금기, 소금기, 소금기의

파도에 휩쓸리면 까맣게 반짝이면서

차르륵 차르륵 울어서 흑명,

흑명석이라고 불린다네요.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뿐이라던

뮈세여, 알프레드 뒤 뮈세여


;<쪽빛 문장>(문학과 사상사, 2004)



누구나 삶의 고통을 몸 안의 어느 깊숙한 곳에 간직한다,

그런 문장을 생각했네.


모종판에 옥수수가 올라온다.

밭도 준비해야겠네.

밭에 거름을 넣었다.


이제 달골 공사 일에 집중해야 하는 때.

10시 면담이 하나 있다.

면 내의 민간기구의 대표이다.

오랜 시간 물꼬에 우호적이었던 분이시다.

지자체의 한 어르신 소개로 이어진다.

공사 건은 공사도 공사지만

관내에서 물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오후에는 면사무소에서도 담당 계장님과 면담.

이태동안 부녀회장 일을 했던 덕에 담당 공무원이 그를 소개시켜주셨더랬다.

{정말 ‘(누구를)안다’는 바깥에서 일을 해나가는데 거쳐야 할 몇 단계의 과정을 줄여준다.}

이미 이곳의 상황을 알고 계셨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달골 땅 경계도 확인해주셨다.

“와, (잃어버린)땅을 찾아주셨어요!”

경사지가 뒤로 물러날 땅이 없어 너무나 어려운 공사가 되리라 했는데,

숨을 돌릴 수 있게 한다.

힘 하나 그렇게 된다.

일이 어디로 가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같이 움직이며 길을 찾는가.

고마운 일이다.


공간이 너르니 쓰는 전기도 선이 많다.

한전행.

밖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더 줄이기 위한 고민으로 간 걸음.

돌아오기 전 도서관에 들러 책들을 빌리고,

고등학교 학부모회도 걸음해본 날.

기숙사에 있는 아이를 데려와 집에 재우기도 한다.

가여운 이 시대의 가여운 우리 아이들...

그러나 그들은 씩씩하다.

이 시대를 그리 환하게 웃으며 갈 수 있는 놀라운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우리를 살려주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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