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7.불날. 비

조회 수 674 추천 수 0 2015.05.07 02:29:40



이른 아침, 6시에 이르기 전,

몸을 봄이 와서 두드렸다. 잠이 깼다.

수행하고 산책하고 개울에서 돌 하나 주워와 장승 발아래 놓고,

음악을 틀고 차를 달이고,

그리고 차를 마시며 고재종의 시 한 편 읽었다.



흑명(黑鳴)


보길도 예송리 해안의 몽돌들은요

무엇이 그리 반짝일 게 많아서

별빛 푸른 알알에 씻고 씻는가 했더니

소금기, 소금기, 소금기의

파도에 휩쓸리면 까맣게 반짝이면서

차르륵 차르륵 울어서 흑명,

흑명석이라고 불린다네요.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뿐이라던

뮈세여, 알프레드 뒤 뮈세여


;<쪽빛 문장>(문학과 사상사, 2004)



누구나 삶의 고통을 몸 안의 어느 깊숙한 곳에 간직한다,

그런 문장을 생각했네.


모종판에 옥수수가 올라온다.

밭도 준비해야겠네.

밭에 거름을 넣었다.


이제 달골 공사 일에 집중해야 하는 때.

10시 면담이 하나 있다.

면 내의 민간기구의 대표이다.

오랜 시간 물꼬에 우호적이었던 분이시다.

지자체의 한 어르신 소개로 이어진다.

공사 건은 공사도 공사지만

관내에서 물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오후에는 면사무소에서도 담당 계장님과 면담.

이태동안 부녀회장 일을 했던 덕에 담당 공무원이 그를 소개시켜주셨더랬다.

{정말 ‘(누구를)안다’는 바깥에서 일을 해나가는데 거쳐야 할 몇 단계의 과정을 줄여준다.}

이미 이곳의 상황을 알고 계셨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달골 땅 경계도 확인해주셨다.

“와, (잃어버린)땅을 찾아주셨어요!”

경사지가 뒤로 물러날 땅이 없어 너무나 어려운 공사가 되리라 했는데,

숨을 돌릴 수 있게 한다.

힘 하나 그렇게 된다.

일이 어디로 가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같이 움직이며 길을 찾는가.

고마운 일이다.


공간이 너르니 쓰는 전기도 선이 많다.

한전행.

밖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더 줄이기 위한 고민으로 간 걸음.

돌아오기 전 도서관에 들러 책들을 빌리고,

고등학교 학부모회도 걸음해본 날.

기숙사에 있는 아이를 데려와 집에 재우기도 한다.

가여운 이 시대의 가여운 우리 아이들...

그러나 그들은 씩씩하다.

이 시대를 그리 환하게 웃으며 갈 수 있는 놀라운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우리를 살려주고 있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874 2017. 1.16~20.달~쇠날. 눈 내렸고, 맑았고, 몹시 추웠다 옥영경 2017-01-26 1219
4873 149 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2-01-13 1219
4872 2008.12.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2-29 1219
4871 2008.10.22.물날. 비 옥영경 2008-11-02 1219
4870 2008. 6.25.물날. 맑음 옥영경 2008-07-11 1219
4869 2007. 8.30.나무날. 비 옥영경 2007-09-21 1219
4868 2006. 9.27.물날. 볕 좋은 가을 오후 옥영경 2006-09-29 1219
4867 2005.12.26.달날.맑음 / 자리를 털고 옥영경 2005-12-26 1219
4866 2005.11.14.달날.희뿌연 하늘 / 싸움법 옥영경 2005-11-17 1219
4865 8월 28일 해날, 달골 아이들 집 첫 삽 옥영경 2005-09-12 1219
4864 5월 8일 해날 날도 좋지요 옥영경 2005-05-14 1219
4863 2015.12.17~20.나무~해날 / 제주 올레길 나흘 옥영경 2015-12-29 1218
4862 2월 빈들 여는 날, 2012. 2.24.쇠날. 흐림 옥영경 2012-03-04 1218
4861 2011. 4.25.달날. 바람 바람 옥영경 2011-05-07 1218
4860 2008.12.13.흙날. 겨울황사 옥영경 2008-12-26 1218
4859 2008. 7.25.쇠날. 비 옥영경 2008-07-30 1218
4858 8월 22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9-11 1218
4857 2016. 9.21.물날. 가끔 해 / 히터봉 갈다! 옥영경 2016-10-04 1217
4856 2013. 2. 5.불날. 잔비 내리더니 어둠과 함께 눈 옥영경 2013-02-21 1217
4855 2012. 4.26.나무날. 맑으나 태풍 같은 바람 옥영경 2012-04-30 12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