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0.쇠날. 맑음

조회 수 699 추천 수 0 2015.05.07 02:36:46


연탄 천 장이 들어오다.

지난 가을 들인 이천 장으로는 산골 긴 겨울을 못다 나는 게다.


밭에 있었다.

이 봄엔 몇 곳의 과일밭에서 손을 보태는 농사를 지을 게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하기 힘든 농사는 이렇게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여러 해다.

면 소재지 자두밭에서 또래들이 모여 같이 일을 했다.

연대는 그리 거대한 낱말이 아니다!


한 젊은이로부터 온 메일.

물꼬의 품앗이일꾼이고 논두렁이다. 그는 또한 지체장애인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계약만료로 나와 한 달을 보내며

“일을 해야 진짜로 쉴 수 있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했다.

실업급여를 신청해 1차분을 받았고,

구직노력의무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는 속에 보낸 시간이었더란다.

‘취업의 공포가 빨리 다가오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옥샘의 표현을 빌어 쓰면 '빌려서 낸 배움값', 즉 학자금대출 문제 때문’이란다.

‘요즘은 저마저도 종합편성채널을 보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TV조선과 채널A는 안 보지만 JTBC는 가끔 저녁 8시 뉴스를 보고 월요일 밤에는 비정상회담을 본답시고 보고 말았네요. 그나마 JTBC가 밥값하는 방송국이라서 그렇지 TV조선과 채널A는 정치 선동만 일삼아서 방송의 맛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80년 5월에 대한 그 둘의 크나큰 거짓말 방송 파동이후로 극단적으로 거부하고 말았죠. 사실 제 친구들 중에는 광주전남친구가 네 명 있어서(광주 2, 화순 1, 순천 1) 그들도 그 거짓말 방송 파동에는 성을 내더군요.’

여전한 그의 젊음에 놀라고, 감동하고,고맙고, 그리고 멈춰 서서 반성하노니.

장애인 전문 인터넷 신문에 쓰고 있던 칼럼도 계속 연재중이란다.

‘제 삶을 예화로 하여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해 해결하기, 권리 옹호하기 등이 중점입니다. 직장 새로 잡으면 직장 생존기도 나올 겁니다.

... 결국 요즘의 삶은 순응과 저항이 졸지에 동거하면서 사는 삶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쪽으로는 순응해야하면서도 또 다른 면에서는 저항해야 한다는 것... 꽤 골치 아픈 문제네요. 잘못임을 알면서 따라야 하는 것은 글깨나 배웠다는 사람들에게는 비극이나 다름없으니 말이죠.’

그리고, 물꼬에 다녀가고 싶다는 인사였다.

오시라. 그리고 늙어가는 나를 때려주시라.

고맙다, 나의 벗이고 동지여.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보다;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 그의 영화는 그렇다.

슬픈 상황을 울고불고 하지 않고 담담히(냉정하게라기보다) 보게 한다.

그런데 그게 더 폐부를 찌르는.

각설하고, 아이가 바뀌었다!

여섯 살이나 키운 아이는 어쩌나.

나를 안 닮아 똑똑치 못하더라니, 그런 생각을 했던 아버지였다.

그의 집을 비추는 카메라의 태도를 봐도 알 수 있는.

집은 내내 화각을 좁혀 갑갑하고,

하나의 프레임에 가족을 다 담는 경우도 드물다.

참, 길게 늘어진 전선들을 자주 보여주는 이유는

혈육보다 함께 보낸 시간들에서 만들어진 끈이 더 길고 견고함을 나타내는 것이라지.

영화의 영어 제목은, ‘Like Father, Like Son’.

이 영어 속담 자체는 '부전자전'이라는 뜻.


영화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오는데,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이 떠올랐다.

영화랑 그리 연관성이 있다는 말은 아니고,

순전히 아버지가 ‘된다’는 그 구절이 불러온 시였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라던,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는.


드디어 어른이 되지만 어른이 되는가,

드디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지만

정녕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가.

사람이지만 우리가 사람이 되어는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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