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1.흙날. 맑음

조회 수 672 추천 수 0 2015.05.12 01:28:24


해건지기; 팔단금으로 아침을 연다,

어제 들어온 벗이랑.

논두렁이기도 한 점주샘.

(그는 그리 말한 적이 없으나 나는 그리 이름 한다.

물꼬에 손발 보태는 이들은 모두 ‘품앗이’이고 후원회원인 ‘논두렁’이다!)


맨발로 같이 마을을 걷는다.

“우리 집 욕실의 슬리퍼라도 주까?”

재국이 아저씨도 차를 세우고 한마디 거들고,

“아이구, 왜 맨발이라?”

인숙이 아주머니도 걸음을 세운다.

“또 맨발로 걷는가?”

구 이장님 사모님도 인사를 건네고,

“유리조각이라 있으면 어쩔라고?”

여러 어른들이 걱정이시다.

서울에선 맨발로 다녀도 맨발인 줄 사람들이 잘 모르기 흔하다.

“(시골 어르신들은)온 몸을 다 보시는 구나...”

그러게, 다른 볼거리들이 없고 시계가 터였으니 몸이 다 보이는 갑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있는 새마을 길 건너에

이사 들어온 새집도 기웃거린다.

안양 살다 거제도로 갔다가 다시 이 산마을로 건강 때문에 들어왔단다.

윗마을 끝에 주저앉았다가, 앉으니 눕고 싶지, 한참 볕을 올려다보고 누웠다가

길가 돌나물을 한가득 앞치마 주머니에 담아온다.


운동장에서도 풀을 뜯는다.

마당이 밭이라.

원추리, 질경이, 토끼풀, 냉이, 파드득나물, 뱀풀...

풀 샐러드에 된장드레싱,

그리고 달래장도 낸 밥상이다.


소사아저씨는 화단 나무들을 다듬고 계신다.

건물을 너무 덮어도 아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치면 휑해진다.

이 나무와 저 나무로의 간격도 생각해야 하고,

키 작은 것들이 웬 만큼의 빛을 확보할 수 있도록도 도와야 한다.

나무와 사람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풀 사이,

그 사이들을 살피는 시간!


기숙사에 있는 아이가 한밤에 온다.

이튿날 새벽이면 나가니 늦은 밤이라도 어미가 준비해둔 물꼬 일들에 손 거들고 간다.

오늘은 달골에 세운 장승에 글씨를 써주었다.

어른 셋, 기락샘과 점주샘과 영경, 손전화를 들어 비춰주고

차 불빛도 켰더랬네.

‘자유학교 물꼬’ ‘달골 지킴이’

그리고 2007년 봄학기를 시작하며 심었던 달골 들머리 제 벚나무에

저 이름도 써넣었다; 류옥하다


봄날 주말 하루가 금싸라기 빛이었더라.

산으로 둘러싸인 골짝에서 가족과 벚과 좋아하는 일이 버무러졌던, 볕도 좋았던 흙날,

그리고 봄, 봄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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