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2.해날. 흐림

조회 수 684 추천 수 0 2015.05.12 01:30:02


달골 청소를 하고 해가 훌쩍 올라서야 학교 마당에 들어섰다.

“와!”

깜짝 놀란.

모두 약속했던가, 살구나무 앞 쪽, 그리고 고래방 앞 소도에

일제히 민들레들이 일어섰더라.

“하나 둘 셋!”

그리 손 붙잡고 한꺼번에 고개 든 게다.

물꼬가 이 산마을의 폐교를 쓴지도, 96년 가을부터였으니, 20년차.

때마다 어쩜 그리 같이 피고 같이 지던가, 산과 들이,

신비로운 시간들이었네.

내일도 또 모레도 같이 잎을 닫는 꽃무리들에 입이 여전히 벌어질 터.


밥상을 물리고 잠시 산보를 하는데,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보며 길가에 쭈그려 앉으신 할아버지 계신다.

“들어오셔서 한 잔 하고 가셔요. 일요일이라 괜찮아요.”

이제는 학교 안으로 성큼 들어와 계신 분들이 없다.

착한 할아버지도, 키 큰 할아버지도, 이모할머니도, 소사댁 할머니도, ...

모두 떠나고 조중조 할아버지 홀로 남아

마을 들머리에서 그리 서성이기만 하신다.

소사아저씨도 불러다 평상에 두부파전을 냈네.


멀리 경기도 설악에서 왔던 벗들이 만들어준 평상 하나에

이제야 보호용 도료를 칠했고,

그리고, 쑥을 캤다.

쑥버무리를 하였네.

멥쌀가루가 없으면 밀가루도 괜찮다.

“더 맛있어!”

언젠가 마을 어르신 한 분이 그러셨더랬지.

해봤다.

어린 쑥이라 부드럽기도 더 했던.

소사아저씨는 밭에 거름을 뿌리고.


저녁 버스로 점주샘 나가다.

5월 어느 때 나들이도 동행키로 한다.

6월 이생진 선생님이 오실 시잔치 ‘詩원하게 젖다’에선

올해도 우리 둘이 같이 밥바라지를 하려.

한의사 벗에게 전화도 넣었다.

몸이 많이 축난 한 벗에게 약을 좀 지어주라 했다.

이 벗이 저 벗에게, 저 벗으로 이 벗이, 그리그리들 산다, 살아간다, 살아진다,

고마운 연들,

아이들이 우리를, 우리에서 아이들로, 그리그리 살듯.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874 2009. 3.37.쇠날. 맑음. 아직 꽃샘추위 안 옥영경 2009-04-08 1019
1873 2009. 3.24.불날. 늦은 밤 눈발 날리는 대해리 옥영경 2009-04-08 1088
1872 2009. 3.25.물날. 머무르는 꽃샘추위 2009-04-08 1089
1871 2009. 3.23.달날. 꽃샘추위 옥영경 2009-04-08 1097
1870 3월 빈들 닫는 날, 2009. 3.22.해날. 마알간 하늘 옥영경 2009-03-29 1345
1869 3월 빈들 이튿날, 2009. 3.21.흙날. 저녁 비 옥영경 2009-03-29 1180
1868 3월 빈들 여는 날, 2009. 3.20.쇠날. 맑음 / 춘분 옥영경 2009-03-29 1274
1867 2009. 3.18.물날. 뿌옇더니 맑아졌네 옥영경 2009-03-29 1001
1866 2009. 3.19.나무날. 여름 같은 봄날 옥영경 2009-03-29 1063
1865 2009. 3.17.불날. 노란 하늘이나 햇살 두터운 옥영경 2009-03-29 1291
1864 2009. 3.16.달날. 포근한 속에 옅은 황사 옥영경 2009-03-29 1390
1863 2009. 3.15.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316
1862 2009. 3.13.쇠날. 비 옥영경 2009-03-28 1080
1861 2009. 3.14.흙날. 아침 눈발 날리고 개다 옥영경 2009-03-28 1191
1860 2009. 3.1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166
1859 2009. 3.10.불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150
1858 2009. 3.1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138
1857 2009. 3. 9.달날. 맑음 옥영경 2009-03-27 1094
1856 2009. 3. 7.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394
1855 2009. 3.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2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