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2.해날. 흐림

조회 수 675 추천 수 0 2015.05.12 01:30:02


달골 청소를 하고 해가 훌쩍 올라서야 학교 마당에 들어섰다.

“와!”

깜짝 놀란.

모두 약속했던가, 살구나무 앞 쪽, 그리고 고래방 앞 소도에

일제히 민들레들이 일어섰더라.

“하나 둘 셋!”

그리 손 붙잡고 한꺼번에 고개 든 게다.

물꼬가 이 산마을의 폐교를 쓴지도, 96년 가을부터였으니, 20년차.

때마다 어쩜 그리 같이 피고 같이 지던가, 산과 들이,

신비로운 시간들이었네.

내일도 또 모레도 같이 잎을 닫는 꽃무리들에 입이 여전히 벌어질 터.


밥상을 물리고 잠시 산보를 하는데,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보며 길가에 쭈그려 앉으신 할아버지 계신다.

“들어오셔서 한 잔 하고 가셔요. 일요일이라 괜찮아요.”

이제는 학교 안으로 성큼 들어와 계신 분들이 없다.

착한 할아버지도, 키 큰 할아버지도, 이모할머니도, 소사댁 할머니도, ...

모두 떠나고 조중조 할아버지 홀로 남아

마을 들머리에서 그리 서성이기만 하신다.

소사아저씨도 불러다 평상에 두부파전을 냈네.


멀리 경기도 설악에서 왔던 벗들이 만들어준 평상 하나에

이제야 보호용 도료를 칠했고,

그리고, 쑥을 캤다.

쑥버무리를 하였네.

멥쌀가루가 없으면 밀가루도 괜찮다.

“더 맛있어!”

언젠가 마을 어르신 한 분이 그러셨더랬지.

해봤다.

어린 쑥이라 부드럽기도 더 했던.

소사아저씨는 밭에 거름을 뿌리고.


저녁 버스로 점주샘 나가다.

5월 어느 때 나들이도 동행키로 한다.

6월 이생진 선생님이 오실 시잔치 ‘詩원하게 젖다’에선

올해도 우리 둘이 같이 밥바라지를 하려.

한의사 벗에게 전화도 넣었다.

몸이 많이 축난 한 벗에게 약을 좀 지어주라 했다.

이 벗이 저 벗에게, 저 벗으로 이 벗이, 그리그리들 산다, 살아간다, 살아진다,

고마운 연들,

아이들이 우리를, 우리에서 아이들로, 그리그리 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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