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5.물날. 갬

조회 수 673 추천 수 0 2015.05.13 09:33:19


사흘째 가방솥방 부엌 쪽 벽면 일이다.

달날 이웃마을 대식샘이 와서 페인트 일을 시작해주었고,

어제 재벌칠을 했으며,

하는 김에 사다리에 올라서서야 보이는 곳들 청소들이며

꼬리를 문 것들을 자르고 있는 중.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싱크대 두 곳 가운데 하나인 청소용 쪽 위 휑한 벽에

크레파스로 그림 하나 넣기로 한다.

개나리 두어 가지쯤 늘어뜨리면 되겠다.

그런데, 눈이 나빠지고는 도대체 크기가 가늠이 잘 안 된다.

딱 목련이면 좋겠는 크기인데

그게 개나리꽃이고 보니 외려 숭숭한 벽 느낌이 돼버렸네.

뭐 그러면 그런대로.

철제 선반, 그게 몇 년인가,

20년도 더 된 시간을 보낸 물건이다.

껍질이 벗겨져 녹슬고 흔들리며 이제 버려질 때나 기다렸던.

접시를 얹는 곳이니, 설거지를 한 아이들은 늘 물 줄줄 흐르는 접시를 올려놓아

그 아래는 늘 흥건하다 못해 아주 넘치겠는 물,

그러니 나무로 선반을 짜는 걸 이리저리 가늠만 해보며 시간 흘러버린.

헌데 어째 물건들을 써보면 단순한 옛것들이 튼튼하고 더 좋더란 말이지(사람도 그러한가... 그렇기도).

뼈대 아직 실하니 고쳐보면 쓰겠다.

첨엔 남은 페인트를 칠했다가 그게 수성이니 물에 약하겠기에

마침 창고에서 나온 락카들 있어 어제 초벌 뿌림을 했더랬다.

오늘 재벌로 뿌렸다.

인물 훤한.


이제 바닥에 흘린 페인트자국이며 쓸고 닦고 물건들을 들였다.

밝아진 부엌.

아무리 윤을 내도 표도 없는 곳이라지만 한결 나아진.

밥 먹는 곳이라 마음 더 쓰이더니.

붙여놓았던 ‘밥은 하늘입니다’는 류옥하다 선수 기숙사에서 들어오면 써주기로.


4월 빈들모임 일정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작년에 갔던 파리에서 있었던 OECD 회의 건에 올해도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때처럼 밤 비행기이려니 하고 보내온 항공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더랬다.

헌데 점심께.

여기서 이른 새벽에 나서도 빠듯.

연규샘이나 아리샘한테 일정을 맡기고 갈 수도 있겠지만,

달골 뒤란의 어수선함으로 어차피 일정을 진행하는데 부담도 있던 터에

(어른들만 모이면 학교 사택에서 어찌어찌 자겠다 했는데,

아이들도 동행하게 되어 마음이 무겁고 있었다.

아무래도 학교 쪽에서 이틀밤을 지내는 건 너무 불편켔다 하고)

이참에 모든 봄학기 일정을 공식적으로 다 무리어야겠다.

장마 전까지 뒤란 일을 마무리 한다는 전제 아래.

물론 방문자로 머문다든가 하는 어른들의 짧은 일정들은 가능하다,

불편하더라도 학교에 딸린 낡은 사택에서 지낼 수 있으니.

이렇게 되면 바깥수업을 좀 더 활발히 움직이는 봄학기가 될 것이고,

빠른 흐름에 밀린 행정 일들을 좀 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된 셈.

하여 어쩌면 아이들이 머무는 학기보다 더 분주한 시간들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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