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7.쇠날. 흐리다 갬

조회 수 716 추천 수 0 2015.05.13 09:37:04


간밤 거친 바람에 자주 놀랬다.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것만 같은.

달골 창고동 뒤란 경사지가 무너져 건물을 친 건 아닌가 했다.

어제는 흐리고 바람이 몹시 불던 하늘이 오후엔 소나기처럼 비를 뿌렸다.

어떻게 맑기를 바라겠는가, 일 년 전 바다에 빠진(빠뜨린!) 배를 생각하면,

거기 타고 별이 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정 넘어까지 서울 거리에서 추모열기가 있었고,

거기 물꼬 샘들도 여럿 있었다.

"내 몫까지!"

그리 부탁했다.

밤, 바람 세고 추웠다.

고생들 했겄다.


어제는 약속 없이 두 패의 방문객들이 있었다.

달골 마당을 지나간 산판 일을 정리할 이들이 올라왔고,

군청에서 무너진 뒤란 경사지 문제로 다녀갔다.

도움을 청해놓고 있는 터였다.

물날과 나무날은 밖에서 강의가 있다 그리 알렸건만,

하필 학교를 비운 날 그리들 다녀갔다.

그래도 얼굴을 보면 나을 것을.

군청은 전 이장님이 맞아 현장을 다녀갔고,

산판 건은 오늘 현장을 보고 얘기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밤에는 이웃 마을 한 어른신 댁에서 나이 드신 두 분 몸을 좀 살펴드렸다.

“출장 마사지에 왕진이네.”

나서는데 먹을거리들을 내주신다.

늘 가는 것보다 오는 게 더 많다.


이른 아침, 그래도 일을 좀 아는 이가 나서면 좋겠다 싶어

이래저래 물꼬에 손 보태는 면소재지 벗에게 도움을 청해 그가 왔다.

산판 마무리 건 관련 아침 모임에 그가 나서서 일을 맡아주기로 한다.

관계된 이들이 다들 모인 가운데 일의 규모가 정해지고

내일 굴삭기가 와서 일을 하기로 했다.

밭에 심하게 스미는 물길을 이리저리 잡기로 한다.

마장순샘과 소사아저씨가 삽으로 굴삭기 일에 붙기로.

내일 아침 7시에 작업을 시작키로.


마장순샘이 호두나무 다섯 그루를 가져왔다.

달골 가에 심었다.

내 가늠은, 자랄 것을 감안하고도 조르르 심을 요량이었는데,

호두나무를 키워본 그는 더 뚝뚝 떨어뜨려 삽질을 했다.

나중에 여기가 걸리고 저기가 걸리고... 그걸 미리 예견하며 심고 있었다.

통찰이겠다.

"어릴 땐 사람이랑 똑같애."

어찌 어찌 가꾸라 일러준다.

우선 벌레가 쉬 올라 갉지 않도록 유성페인트를 아래쪽에 발라주란다.

아하, 어린 나무들에 칠해진 그 하얀 페인트들이 그런 용도였고나.

화분 두엇 분갈이를 해주고, 면소재지 자두밭에 간다.

다른 이의 밭에 거드는 손이다.

독립적으로 농사가 엄두가 안 날 땐 이것도 방법이다.

비가 와서 계속하지 못했던 지난주 작업을 이어간다.

1,800평 밭에 하우스 뼈대를 세우는 일이다.

자두 꽃 터널이 될 테지.

한 터널이 차도 들어갈 너비에 길이가 200미터.

꽃피면 장관이겠다, 이미도 그리 보이는.

100미터의 쇠파이프를 옮기고, 세우는 일에 잡고, 잡다한 심부름을 하고...

고단타.

농사들을 이리 짓는구나.

지난주에 밭일에 구성됐던 넷이 다시 모였고,

그 사이 이웃 벗들이 두엇 다녀가며 격려한다.

이렇게 산마을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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