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조회 수 1456 추천 수 0 2015.05.19 01:02:17

516일 여섯 번째 섬모임

: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후, 2004)

 

5월 16일 12시, 20대에서 50대까지 7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세미나 장소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항상 시작은 그러하듯 자신이 요즘 갖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나누고 보니 크게는 같은 맥락이었다. 나이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사는구나 싶었다.

책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갔다. 수잔 손택은 어떤 사람인지 시작해서 책의 서문과 부록3을 함께 읽어냈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슬퍼할 감정도 메마른 채 그저 카메라가 비추는대로, 언론과 여론이 말하는대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녀가 경계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세월호로 흘러갔다. 누군가 국가가 그런게 아닌데 왜 사람들은 국가에게 요구하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물음에 국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이는 국가‘(대한민국)가 아니라 현 정권에 요구하는 것 이라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월호에 대한 인식을 말하는 이와 집회현장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말하는 이, 언론이 만든 인식 뒤에 숨겨진 내용들을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집에 누군가 돌아가시면 그 후 몇 십 년을 제사를 지내는데...아직 1년밖에 안지났다...’ 뜨겁게 논쟁하던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고 결론 지으며 섬모임을 마무리했다.

 

섬모임 후 몇몇이 모여 누리 빌게 제일라 감독: 윈터슬립을 보았다. 196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조용조용 오가는 배우들의 대화 속에서 많은 것을 보게 되고 아름다운 설경과 음악에 눈과 귀가 편안해지는 영화였다. 저녁을 먹으러 간 조개찜 집에서까지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에게 와닿는 의미가 다른 장면들이 많았다. ‘나는 토끼가 이런 의미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토끼가 다른 의미였다고 생각해요,’ ‘너는 그 토끼가 무슨 의미였던 것 같니?’ 조개찜을 먹고 산낙지도 먹고 칼국수를 먹을 때 까지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또 다시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다. 각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주장했다.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내 주장을 설득할지 잘 모르겠다. 감정적으로 우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내 주장을 납득할 수 없을지라도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하고 이해정도는 할 수 있도록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잘 안된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깜깜하고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다른 분들이 워낙 어른이셔서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다소 분위기가 감정적으로 가기도 했지만, 나중에 웃으며 다시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사실 서로를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리를 옮겨 작은 맥주집에 갔다. 봄바람 맞으며 이야기했다.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서부터 삶의 고민까지. 낯가리는 내가 20~30세 차이 나는 분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 만큼, 자리는 부드럽고 즐거웠다.

6월 초여름 밤에 와 함께 만나자고 약속한 뒤 헤어졌다


희중

2015.05.19 01:39:58
*.62.234.81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너라서
난 늘 부끄러움을 가득 안고 함께하곤 한다..
이번 섬모임 역시 그랬고..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널 보면
배울점이 많아^^ 고마워!!
머지않아 또 보자!!!

옥영경

2015.05.19 02:53:56
*.33.160.75

훌륭한 어른들, 아름다운 청년들과 함께하는 물꼬 삶이 새삼 고마웠던 시간!
연규샘, 한 분 빠뜨리셨소.
희중샘, 선물해준 차는 너무 예뻐서 가마솥방 배식대에 좌악 펼쳐놓았소.
진희 퍽 반가웠다 다시 전해주오.

연규

2015.05.19 03:33:36
*.97.150.3

에? 희중샘, 그게 무슨 말이람? 내가 희중샘한테 배우는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글을 백개를 쓰고 책을 백권을 읽어도 갖을 수 없는게 샘한테는 있는걸. 그러니까 나도 고마워요! 우린? 언제나 또 보지 뭐!

컴퓨터로 수정하겠습니다 옥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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