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22.물날. 맑음

조회 수 669 추천 수 0 2015.05.30 22:45:24


저리 지려고 그리도 흐드러지게 피었나.

그렇게 끝나려 그토록 사랑했나 하였듯.


마을 대청소가 있었다.

봄맞이, 아니 여름 맞이되겠네, 날은 벌써 여름싸라기 떨어진다.

소사아저씨도 나가 이장님 차를 타고 분리배출 할 쓰레기를 싣고 면소재지 다녀오다.


어떤 분야에 깊이 빠져보면 대개 교훈 하나쯤은 얻게 마련이다, 더러 그런다.

그렇다.

마니아란 이들도 그렇겠다.

(이제 무엇에 열중하는 사람의 뜻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이상할 정도로 극단의 열광자, 라는.)

이것은 그리 말할 수도 있겠지,

뭔가 오래 그 일을 하다보면 거개 삶의 교훈 하나는 얻는다 라고.

그것은 일상 너머의 가치를 주는 희열의 힘이 된다더라.

그 힘은 다시 일상의 자양이 되어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하는.

나이 스물 둘에 시작한 일이 쉰에 거의 이르렀다.

그런데, 그렇게 깊이 빠지기는 했던가.

물꼬라는 이름은 삶의 전반을 담고 있어 넓어 때로 깊이가 없었을 수도...


봄학기 동안 안의 일정이 원활하지 않다 해도

삶은 계속되듯 물꼬의 여러 일정들 역시 계속 된다 안내하고도

왜 뭔가 한다는 소식이 없는가에 대해 자주들 물어왔다.

계속 답변은 밀리고 질문은 그만큼 또 반복된다.

진행되는 기숙사 주변 공사를 끝내고(시작도 못한, 어쩌면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를),

라고 오로지 공사를 마치고 어떤 결정이건 내릴 것이라는 지점에

모든 변명을 미루어 두고 있는 꼴이다.

‘백수가 과로사’라고

외려 안의 일정을 비워둔 만큼 어느 학기보다 짬이 어려울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그런 속에도 바깥수업은 기본으로 계속 돌아가고.

그나저나 내일 군수님 면담일정.

거대한 무엇 아니어도 추락의 끝점은 시도 때도 없다.

작은 일에도 원하는 바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면.

뭐 그 끝점에서 반드시 튕겨져 오르는 삶의 비밀이 어디 비밀이더냐.

동행하려던 이장님과 전 교육장님이 같이 갈 수 없는 일 생겨 기운 푹 빠지더니

면의 한 관변단체 대표와 군의원님 걸음하기로 한다.


‘결핍은 극복의 동인을 만든다. 실패가 아니었더라면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절하게 좌절했고 비참했던 시기의 자극은 오기로 발동되었다. 신봉했던 사진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실의 벽을 극복하는 것뿐이었다. 성과의 바탕은 ‘걸작의 우수함’이 아니라 ‘역작의 성실함’이다.’

특수 분야에 일가를 이룬 이가 말했다.

물꼬의 결핍은 극복의 동인을 만들어왔던가.

좌절했고 비참했던 시기가 자극이 되던가, 오기로 발동이 되던가.

그러나저러나 성과의 바탕이 역작의 성실함이라 하니

그저 열심히 사는 일만으로도 그 성실의 이름일 수 있기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854 2009. 3. 6.쇠날. 흐림 옥영경 2009-03-21 1161
1853 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옥영경 2009-03-17 1196
1852 2009. 3. 3.불날. 눈 옥영경 2009-03-17 1073
1851 2009. 3. 4.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17 1059
1850 2009. 3. 2.달날. 흐림 옥영경 2009-03-17 1177
1849 2009. 3. 1.해날. 맑다가 흐리네 옥영경 2009-03-11 1150
1848 2009. 2.27.쇠날. 맑음 옥영경 2009-03-11 1055
1847 2009. 2.28.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11 1178
1846 2009. 2.25.물날. 흐림 옥영경 2009-03-11 1052
1845 2009. 2.26.나무날. 맑더니 오후 늦게 흐려지다 옥영경 2009-03-11 1229
1844 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옥영경 2009-03-11 1189
1843 2009. 2.23.달날. 갬 / 멸간장 옥영경 2009-03-07 1382
1842 2월 빈들 닫는 날, 2009. 2.22.해날. 눈 옥영경 2009-03-07 1298
1841 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옥영경 2009-03-07 1176
1840 2009. 2.19.나무날. 흐리더니 눈, 그것도 묻힐 만큼 옥영경 2009-03-07 1236
1839 2월 빈들 여는 날, 2009. 2.20.쇠날. 눈 내리다 멎더니 다시 눈 옥영경 2009-03-07 1398
1838 2009. 2.17.불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317
1837 2009. 2.18.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279
1836 2009. 2.16.달날. 다시 얼고 고래바람 옥영경 2009-03-07 1276
1835 유설샘 미루샘의 혼례 주례사 file 옥영경 2009-03-07 125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