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3.해날. 비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5.06.08 17:56:05

 

 

“파리에 가서도 물꼬의 일상이 뒤따라 가있네...”

파리에서 받았던 벗의 문자였다.

물고 간 물꼬 일들을 문자로 혹은 메일로 전하고 있었더랬다.

돌아오니 돌아온 대로 더운 날에 비워둔 한 주의 일들이 쳐다보라 불렀지만

오늘까지는 느릿느릿 여독을 좀 풀기로.

 

네팔 소식이 닿았다,

안나푸르나를 걸을 때 현지에서 동행했던 산악인이 전한.

카트만두 서북쪽에서 구호물품 전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했다.

‘에베레스트 쪽이 피해가 많은 듯.

한국인 교민 7~800명, 그리고 관광객 1,500여명.

아비규환.

추가 여진 등으로 소문 흉흉’

 

백차 홍차 선물이 닿았다.

네팔에 다녀오면서도 정작 차 한 봉지를 사오지 못했더랬다.

뭐 대개의 내 가난한 여행이 그러하듯이.

다녀오신 분이 차 즐긴다 나눠주시었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리 채워지는 삶이러니.

 

영화 <비포 미드나잇>

1995년 <비포 선라이즈>를 이끌었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가

세월을 안고 나왔다.

유럽 횡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 비엔나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냈던 그들은

6개월 후 플랫폼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2004년 감독은 <비포 선셋>에 같은 배우들을 담는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는 파리의 오래된 서점에서 셀린느를 만나고

(이게 ‘Shakespeare and Company’.

작년 이른 봄 파리, 이 서점의 2층에서 노틀담 대성당을 내다보며 엽서를 썼더랬다.)

파리를 거닐며 아련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연히 만나 비엔나에서 해가 뜨기 전까지,

그리고 10년 뒤 파리에서 해가 지기 전까지 함께 했던 그들의 10년 뒤는?

2013년, 그리스의 아름다운 해변마을 카르다밀리에서 그들은 휴가 중이다.

동화 같았던 연인의 시간에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

딸들을 맡기고 둘만 보내던 하룻밤,

침대로 가던 그들이 벌이는 언쟁 속에 가슴을 막 풀어헤치던 셀린느의 대사가 이어지고

화면은 계속 그 상태의 그를 담는다.

드러낸 가슴은 ‘가슴’이 방점이 아니라 ‘드러낸’이 방점인,

마치 옷처럼 사물처럼 여겨진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다큐 같았고

반면 풍경은 현실을 넘어 너무나 그림 같았던 영화.

역시 배신하지 않았던 리차드 링클리에터 감독이었고,

기대를 넘어주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였다.

다시 열차에서 봐도 말을 걸어오겠냐는 샐린느의 질문에 제시,

“당연하지!”.

‘우리는 늘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고,

중요한 건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삶 전체에 대한 사랑’이었다데.

삶 전체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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