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4.달날. 흐리다 맑음

조회 수 805 추천 수 0 2015.06.10 13:52:49


아침 풀을 매다가 깜짝 놀란다. 뱀! 흐리니 체온을 좀 올려볼까 나왔을 게다.

올해는 마을에 뱀이 자주 보인다.

두더쥐가 많았던 지난해였으니, 먹이 넘치므로 뱀 또한 그 수가 많아졌을 테지.

생태계는 그렇게 돌아갈 터라.


목공실에서 와인병들을 놓을 간단한 장과 달골 부엌에서 쓴 간이의자를 만들었다.

그래봐야 사각으로 뚝딱 붙인.

그리고 벗이 와서 민주지산 계곡을 잠시 걸었다.

밤에는 파리를 다녀오는 동안 비웠던 부엌이며 곶감이며 먼지를 닦았네.

빈 시간이 있고, 그것을 채우고, 그렇게 날들이 가누나.


그리고, 책 하나,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요시다 다로/ 파피에 출판사, 2011)

의대를 기웃거리는 아이 하나 덕에 요새 관련 책들을 다시 잡거나 새로 읽거나.

쿠바란 우리에게 좌익분기점쯤 되는 나라.

그나마 생태농업연수로 몇 해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최근 미국과 수교가 있어 좀 나아졌을.

표지 1에는 제목 아래 붉게,

‘쿠바의 의료는 어떻게 전 세계 선진국의 연구대상이 되었나?’

표지 4에는 ‘암치료에서 심장이식가지, 의료비 전부 무료! 유치원부터 대학가지 교육비 전부 무료!’

라는 매력적인 문장이 놓여있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자본의 덩어리 지구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재원을 다 어디서 마련하느냐’냐는 틀에 갇혀서는 평생가도 이룰 수 없는 일을

그들은 인간의 존엄을 염두에 두며 다가가고 있었다.

쿠바는 가난하지만 부자로 죽는다지.

유아사망률은 미국 이하이며, 평균수명은 약 77살로 선진국과 견주어 뒤지지 않고,

높은 의료수준이 도시의 변두리에서 두메산골까지 다 닿아있다.

(생물학은 사람의 건강상태의 8%밖에 결정하지 않는다고.

나머지를 결정하는 건 가족, 커뮤니티, 환경 등 그 밖의 요소.)

‘의사는 단지 기술자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종래의 의사는 너무나도 ‘생물학적’이었다. 좀 더 ‘인간적’인, ‘사회적’인 의사가 되어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프레소노 박사)

1923년 세계 최초로 천연두를 근절했고,

1962년 국가 차원에서 최초로 소아마비를 뿌리 뽑은 것도 쿠바였으며,

역병학에서도 세계적인 업적인 황열병 연구는 세계의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뎅기열은 말라리아와 마찬가지로 열대나 아열대 지역 특유의 감염병.

1981년 34만명이라는 숫자로 뎅기열이 대대적으로 창궐(미국의 바이오테러로 보이는)하자

쿠바는 6주 만에 치료약인 인터페론을 만들다.)

미국에서 예방의료 계획이 세워진 것이 1970년대,

이미 쿠바는 1930~50년대 ‘구급치료소’를 중심으로 일차진료활동을 했고,

2005년 국내 의사 7만 594명 가운데 3만 3,769명이 패밀리 닥터(예방의료조직)로서,

그리고 의사 수에 거의 맞는 수의 간호사가 전국민을 커버한다.

의사 대 환자 비율 165명당 1명으로 세계 최고.

혁명 다음 달인 1959년 2월 일찌감치 장대한 목표를 내걸고

농민기술·의료·문화지원국을 창설하여 농촌의료 개선에 착수했던 그들이다.

‘미국은 그때가지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으면서

미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쿠바인들을 받아들였고,

교사 의사 기사 기술자 들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도 나라를 꾸려갔고, 발전시켰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백신과 의약품들,

심장 발작 치료제를 유전자공학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도 전 세계에서 쿠바가 유일하고,

이식수술도 정평이 나 있으며,

화상치료제도 널리 판매하고 있다 한다.

세계 각지에서 전문의료를 찾아서 방문하는 환자들로 붐비고

유럽으로부터 해마다 5천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오는 헬스투어리즘으로

외화를 벌어들인다.

몬산토 사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 연구소도 거기 있다.

“자본주의는 모든 연구센터가 싸우지만 우리는 서로 협력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병원과 의사가 다른 병원, 의사와 경쟁하지만 우리는 밀접하게 협동하고 협력한다. 다른 어떤 제도도 과학자들 사이에 그럴 수 없다. 사회주의만큼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가 그밖에 달리 있을까.”(카스트로)

“우리는 다국적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국가와 같은 깃발 아래에서 일하고 금전적인 목표보다는 오히려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목표를 공유학고 있다. 백신개발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는 아이들 수를 줄이는 데 있다. 물론 무료로 백신을 줄 수는 없고 팔아야만 하지만, 돈은 생명공학 산업의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유전자공학·생명공학센터의 주력상품 판매 전문기관 부소장)

화학합성 항원만으로 항체가 생기기에 값싸게 공급이 가능한 해모필루스 인플루엔자B 백신은,

개도국에는 판매 로열티를 포기한다.

“제3세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의 일부이기 때문”이고

“우리의 원칙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3년 백신개발에 착수해서 7종류나 되는 독자적인 에이즈치료백신을 만들어낸 것도 쿠바.


지독하고 오래였던 미국의 경제봉쇄 중에도,

GNP 마이너스 35%, 세계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 중에도,

쿠바는 어떻게 복지의료제도를 굳건히 지켜냈는가.

어떻게, 히말라야, 아프리카, 열대 아시아의 농촌들, 어디든 무료로 의료단을 파견해

1985년 1,500명이나 되는 의사들이 25개국에서 활동하고(세계보건기구보다 많은 수),

1990년 4만 6천 명이나 되는 의사, 교사 등이 60개국에서 활동하며,

주민 228명당 1명에 상당하는 5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어떤 형태로든 해외원조에 관여할 수 있는가.

처음에야 소련과 동구원의 원조로 시작했지만

대담한 대체의료의 도입과 리눅스 OS를 통한 그 기술을 보급하고,

그리고 55%나 군사비를 삭감하는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오랫 동안 계속된 미국과의 질긴 대립관계에서 얼마나 고뇌에 찬 선택이었을지.

돈이 없어 복지예산을 줄인다는 정책에 대한 따귀에 가깝다.


1961년부터 2001년까지 쿠바의 의대에서 공부한 개도국 출신 학생들이 연인원 4만 명.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이 지구상에서 없애겠다는 무모하다고까지 할 만한 꿈을

그들은 여전히 꾼다.

“인간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가치가 있고, 그럴 권리를 갖는다. 인간적인 삶과 자유를 손에 넣고 행복을 추구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의사라는 건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장소에 가는 것.”

노인복지 또한 그 무엇보다 존경스럽다.

‘늙는다는 것은 그저 숫자로서의 연령을 늘이른 것이 아니라, 인생에 세월을 더하는 것.’

쿠바에서 노인들은 생기발랄한 세대이다.


하지만 관광과 생명 공학 제품으로 연간 12%라는 유래 없는 경제성장 아래

격차사회, 젊은이의 노동의욕 저하, 고령화 사회라는 난제를 만난다.

“혁명은 윤리를 상실하면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린다.”

이 위기를 그렇게 교육문화를 통해 사회의 도덕을 일깨워 나가는 노력으로 그들은 풀어간다.

“교육만이 전부이다. 교육은 가치관이라는 씨를 뿌리고, 그것은 윤리관을 키우고 사람의 삶을 성장시킨다. 교육은 영혼의 선함을 추구하며, 그것을 갈고닦는 일이야말로 이기주의로 향하는 본능이라든지 없애야만 하는 태도와 싸우는 힘이 된다.”(호세 마르티)

교육을 받는 것이 유일하게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라지 않던가.

“문화가 있으면, 인민은 자신의 사상을 가진다. 인민이 비판정신을 잃지 않고 자신이 사물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그것은 지성을 억압하고, 전 세계의 인간을 바보로 만드려는 미국의 소비문화주의와 싸움인 것. 소비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문화뿐이며, 글로벌화해야만 하는 것은 폭탄이나 증오가 아니라 평화, 연대, 건강, 그리고 모두를 위한 교육과 문화이다.”(카스트로)

물건의 소비가 아니라 사상과 신념에 토대하여 인민의 지지를 유지해나가는 쿠바.

“단 한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재산보다도 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은 높은 소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축재할 수 있는 모든 황금보다도 훨씬 결정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인민들의 감사의 마음이다.”(체 게바라)


요시다 다로가 책 말미에서 전한 쿠바 의대에서 만난 젊은이의 말은

의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꼭 읽히기로.

“좋은 의사가 되려면 두 가지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나는 의학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성이라는 사상이다... 누구나가 혁명가가 될 수는 없지만 연대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혁명가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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