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5.불날. 맑음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5.06.10 13:54:52


“얘들아, 잘들 지내니?”


닭장 안에서 병아리랑 새들이랑 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다.

어린이날이다.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보면 결국 아무 것도 못 하게 되는 것이 삶이다.

허니 하라, 하라, 하라.

아이들이 그들의 시간을, 지금을 한껏 누리는 날들이길.


어제부터 쿠바 이야기이다.

쿠바의 문맹율은 남미에서 가장 낮음은 물론이려니와

이는 다른 교육 강국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치이다.

쿠바에는 자본주의의 '첨병'인 광고가 없단다.

그래서 종일 국영방송만 송출되는데,

이를 통해 문맹퇴치 프로그램 <요 시 푸에도>를 방영한다고.

간단한 이미지와 활자를 효과적으로 조합하여 가르치는데,

3개월이면 글을 깨힌단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남미국가로 보급되었다고.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다섯 낱말이

‘가족, 가정, 키스, 해, 달’이란다.

가족! 가정! 키스! 해! 달!

어린이날이라고 더욱 생각하게 하는 그 낱말들이었나니.


어린이날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는 5월이다.

읍내의 네 돌 유주가 어미 아비랑 왔다.

특수교사로 연대하는 현우샘네이다.

(논두렁으로 오래 힘을 보태는 대전의 무량 무겸이네는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되어 못 왔다.)

차를 한 가방 선물로 가져왔다.

여름 별미 월남쌈으로 풍성한 점심이었다.

유주는 그를 위해 만들어둔 요걸트도 맛나게 먹어주었다.

할머니와 가족이 아니고는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있어보지 않았다는 유주인데

부모없이 마당에서 같이 잘 놀았다.

달골 계곡에 가 물하고도 놀았네.

바위에서 잠시 책도 읽었고나.


화가 양재연샘은 어린이날 선물로 물꼬에 멋진 그림을 주셨다.

언제부터 그림 한 점 주겠노라고 하셨던 참.

원래는 손주를 위한 선물이었으나 그 크기가 물꼬 공간에 더 어울리겠다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배경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환호할 것인가.


오전에는 달골 창고동 지붕에 식구들이 올랐더라지.

해마다 봄을 기다리는 일.

마른 잎들을 긁어내는 일을 자칫 놓치면 빗물이 넘쳐 벽을 타고 홍수를 이룬다.

어느 해 여름 한밤, 폭포처럼 쏟아져 얼마나 놀랐던가.

논두렁 한 분이 오셔서 함께 했다.

낙엽들이 빗물 홈통을 막아 물이 흥건했던 창고동 2층 베란다도 치워냈다.

애쓰셨다.

고마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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