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6.물날. 맑다 구름 조금

조회 수 672 추천 수 0 2015.06.22 17:48:43

 

 

“고요히 혹은 가만가만 사물의 중심과 깊이를 탐닉하기.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재구성하기.

또는 그것 위에서 삶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비슷한 문장을 한 책의 서문에서 읽었더랬다.

곱씹어본다.

 

대개 5월 빈들모임 즈음에 겨울에 이중창 효과를 위해 붙인 비닐을 뗀다.

봄이 오고도 아침저녁 쌀쌀한 산마을의 낡은 학교라

그제야 겨울을 걷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 한참을 더운, 봄날이라 부를 수 없는 날들이어

오늘은 복도의 창문틀을 씌운 비닐을 걷었고,

뽁뽁이라 흔히 부르는, 온열을 위해 창에 붙인 비닐도 떼어냈다.

본관은 이제야 겨울을 말았다.

가을을 못다 보내고 다시 펼칠 것이니

우리들에게 차갑지 않은 날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 살아있는 날도 그러하리.

더욱 집중적으로 살기, 그런 생각해보는 밤.

 

달골 무너진 뒤란 일을

이제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해결지점을 찾자고 하는 봄학기이다.

일은 되는 듯도 하고 안 되는 듯도 한.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일은 풀리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꼬이기도 한다.

되는 일은 되고 안 되는 일은 안 되며 갈 테지.

세상만사가 다 그럴지라.

굳건히 걷기, 그런 생각도 해보는 한밤.

 

책이 하나 왔다. 남카 스님이 보내셨다.

지난해이던가 스님은 서울 불광동에 티베트 사원을 여셨다.

달라이라마 존자의 요청으로

2004년 3월 티베트 망명정부 한국지부인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으로 와

동국대 경주캠퍼스 티벳장경연구소 초빙교수로도 활동해 오셨다.

여덟 살에 남인도의 티베트 사찰 간덴으로 출가해 31세까지 5대 경전을 배웠고,

같은 곳에서 15년 넘게 강의하셨다지.

2000년 공부가 가장 뛰어난 박사란 뜻의 하람빠 게셰 학위를 받았고,

2002년 규메 사원에서 박사 최종 시험에서 1등을 하고

그때부터 간덴 사원 교수로 임명돼 2003년까지 강의도 하셨다 했다.

스님은 늘 보리심에 대해 말해왔다.

“티베트 명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보리심입니다. 명상도 보리심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지요. 할 수 있다면 보리심을 일으키고 그 보리심에 집중하고 향상시키는 겁니다. 궁극적 목표는 깨달음이며, 깨달음의 주요 원인이 보리심입니다. 보리심 없이는 깨달음도 없습니다. 명상할 때 보리심에 집중하는 게 사마타며, 보리심 일으킬 때 생기는 깨달음을 관찰하는 게 위빠사나입니다. 보리심이 뭘까요. 보리(菩提)는 깨달음이자 부처님입니다. 심(心)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이지요. 보리심에는 2가지 마음이 필요한데, 이타행을 추구하는 마음과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나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타행이 됩니다. 대승불교의 이유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리심은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려는 마음;상구보리 하화중생.

타인의 고통도 제 아픔처럼 느끼고 없애려는 마음이 보리심이며 부처님 마음자리.

보리심을 잊지 않고 사느냐 물으시는 선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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