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9.흙날. 맑음

조회 수 674 추천 수 0 2015.06.25 01:35:52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이다.’

서른다섯이던 전업 작가가 냈던 산문집의 한 구절이었다...

  

소사아저씨는 말라비틀어진 본관 꽃밭 앞 연못 둘을 손보았다.

터진 비닐을 걷은 뒤 새 비닐을 깔고 물을 채우고

그리고 겨울을 견뎌냈던 뿌리들을 정리하여 넣었다.

질긴 삶이라.

그 말은 때로 구차한 삶이라는 말로 읽히거나 지난한 삶으로도 읽히는 말이지만

지금은 끈질긴 생명이란 뜻으로 썼네.

  

강원도 홍천에서 명이나물(산마늘)과 곰취가 왔다.

소리연구가 이강근 선생님이 보내오신 것.

지난 번 잘 묵어 갔노라는 인사.

얼마나 많은 손들이 물꼬를 살리는가.

산골 살아도 산나물이 반갑다.

산에 들어가 뜯지 않는다면야 산골이라고 어디 산나물이 흔하겠는가.

올 봄은 산에 들어갈 엄두도 내보지 못하고 날을 보내고 있다.

백수가 과로사라, 기숙사 안전점검으로 안에서 하는 수업을 건너뛰는 이번 학기,

외려 안팎 일이 많다.

무엇보다 바로 그 기숙사 건으로 지역 어른들을 만나는 일에 쏟는 시간도 만만찮다.

어디로든 일은 흘러가리.

  

물꼬에서 들차회가 있었다.

다례원을 하시는 샘의 사부님이 첫 작품이라며 찻잔받침을 만들어 선물하셨다.

당신네 밭에서 죽은 가죽나무를 자르고 며칠을 사포질하고

급히 보호용 도료를 발라오셨더란다.

“좋아하는 사람 준다고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왜 그래? 내가 좋아서 주는 건데...”

물꼬 일의 진정성을 누구보다 잘 읽어주는 분이시다.

그런 고마움이 또 물꼬의 다음 걸음을 옮기게 하는.

오는 6월의 빈들모임, 시인 이생진 선생님을 모시는,에서

다들 오셔서 차를 달이기로도 하신다.

더 풍성한 잔치이겠다마다.

  

얼마 전 달골에 태양열 구슬등을 놓았다.

세 개만 놓아보고 괜찮으면 더 구입하기로 하고, 학교에도 몇 개 놓기로 했다.

흡족했다.

하여 일곱을 더 주문한 것이 오늘 왔다.

큰 것 셋은 학교에 두고, 나머지는 달골 가장자리에 박았다.

밝음이 사람에게야 편하겠지만 그곳에 사는 다른 존재들에겐 또 다를 것이란 생각도.

하지만 결국 사람 편의로 간다.

어둠에 익고 편한, 여기 사는 우리들에게는 그렇지 않지만

어쩌다 오는 이들에겐 도움이리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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