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17.해날. 맑음

조회 수 671 추천 수 0 2015.07.03 00:31:44


자,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어제 서울에서의 섬모임을 끝내고 부랴부랴 내려왔다.

저녁 7:30 마을의 개발위원들과 군의원님이 경로당에 모였다.

물꼬 일을 같이 풀어가기 위한 모임.

어제 아침 이장님이 개발위원 모임을 소집하는 방송을 하셨다 하고

한 분은 무슨 일인가, 내가 혹 도울 일은 없겠는가, 상황을 물어보러 전화도 해오셨던 참.

(대개 대여섯으로 구성되는 마을개발위원이 우리 마을은 열하나.

말 많으니 그리 미리 조율의 폭을 넓혀놓겠다는 이장님의 묘안)

물꼬가 이 마을에 들어온 게 1996년 가을부터였으니 무려 20여 년이다,

그리 시간이 흐르니 지난 2년 부녀회장도 하고

반장일(사실 아이가 맡았고, 그 아이 제도학교를 가면서 어미가 안은)도 2년을 보게 되더라,

그렇게 운을 떼며 달골 뒤란 무너져 내린 현장사진을 보였다.

이장님이며 이미 현장을 다녀가신 분들도 있는.

“기숙사가 이 지경이어 지난 3월부터 면과 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는데...”

이미들 이러저러 상황을 알고 계셨고, 짐작대로 먼저들 나온 말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웃집에서 이런 재난이 벌어졌더라도 같이 돈을 모아서라도 해줄 만한데,

더구나 교장선생님이 혼자 저러고 있는데

마을에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마을에 들어오는 사업비를 쓰겠다는 것도 아닌데

도와주지 못할 게 어딨어?”

“혹 마을에서 문제제기가 들어오더라도, 그래봐야 두어 분의 어르신들인데,

개발위원들이 일의 상황을 명확하게 알아서

이장님만이 대처할 게 아니라

모두가 개개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우리들이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어요?”

이야기는 거기 이르렀다.

아무래도 마을을 등에 업는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했고,

모두 서명을 하자셨다.

장마가 머지 않았는데 이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딨겠느냐,

더 걱정들을 해주셨다.

고마웠다.

앞으로 개발위원을 넘어 마을 구성원 모두의 동의서가 필요하게 되더라도

발벗고들 나서준다셨다.

오래 이 산마을에서 산 보람이었으니.


그런데, 서명을 보류하겠다는 분이 한 분 계셨는데,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반장일 맡고 개발위원이 되신 분.

시골에 들어와 쉬 자리 잡고 심지어 자신의 목소리까지 낼 수 있는 이가 어디 쉽겠는가,

부모님이 오래 사셨고, 고향이니 가능했을 터.

처음엔 반감이 다 일더라.

“하나 물어보겠는데, 교장선생님이 개인을 위해 하는 영업이냐, 아니면...”

전화위복이라, 이 질문을 통해 외려 물꼬를 잘 설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때로는 물꼬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런 자리에서 물꼬를 설명하고 나아가 우호적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모인 분들의 만장일치!

세 분이 불참하셨는데,

정족을 넘어서니 굳이 더 도장 받을 것 없다고들 하셨지만,

한 분은 전임 이장님으로 마침 밤에 방문을 할 일 있어 바로 서명을 해주셨고,

나머지 두 분은 내일 아침 일찍 가서 받기로.

당신들도 도장을 찍겠다는 언질이 있으셨더랬다.

오래 살았구나, 여기서!


한 고개를 또 이리 넘는다.

지난 3월부터 이적지 그리 흘러왔다.

자, 다음 산은 또 다음 걸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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