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가는 듯하더니 다시 말개졌다.

비 온다더니 또 변죽만 치는 하늘이다.

하늘이 하는 일을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리고, 별이 쏟아지는 밤.


'해건지기'. 절로 시작한 아침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다가는 또 늘어졌다가 다시 잡아보고, 뭐 그렇게 간다, 세월이, 삶이.


‘학교아저씨’는 옥수수를 옮겨 심고 있었다.

우리도 결국 소사아저씨라는 그 낡은 이름을 폐기하기로 한다.

오래전 학교에서 불렀고, 학교가 버렸던 이름,

일제의 잔재라 했으나 물꼬에서는 그 옛적 소소한 시절에 대한 추억과 예우로 써왔던 이름.

(소사: 일제 시대 때 쓰던 일본어를 한자만 그대로 읽은 단어; めし-つかい[召使]

 [명사] (남의 집 살이하는) 머슴·하인·하녀 등)

오늘자로 학교아저씨로 고쳐 부르기로 한다,

더는 아이들도 잘 모르는 낱말이 되어.


어젯밤 마을 개발위원들의 긴급회의가 있었다, 이장님이 주재한, 군의원님도 동행한.

달골 일을 돕자는 자리였다, 연대서명을 하는.

모두 도장을 찍었고, 개발위원 열하나 가운데 참석 못한 세분이 있었다.

(대개 대여섯인 다른 마을과 달리 우리 마을은 좀 많다.

 말 많은 동네라 일찌감치 거름망으로 그리 세웠다 한다.)

그 중 한 분은 엊저녁 회의가 끝난 뒤 찾아뵙고 도장을 받았고,

두 분은 마을과 좀 떨어져있어 아침에 논으로, 그리고 밭으로 찾아갔다.

“다른 분들도 다 하셨다면 설명 들을 것도 없이...”

그렇게 동의하셨다. 고맙다.

서류를 들고 또 군청을 들어갔고, 담당 팀장과 같은 이야기를 또 반복한다.

수차례 수십 번을 더 못하겠는가, 일이 된다면야.


몇 가지 바깥작업을 하고 돌아오니 밤 열한 시.

아직 저녁을 먹지 못한, 요새 자주 있는.

국수 삶아 먹고 자정에야 작업 좀 하려 책상에 앉았네.

입안이 헐었다...

밤에는 흙작업도 좀. 하던 거라 마무리 않으면 그르치니.

그런데, 손이 너무 가서 얇아져버렸고,

벌써 온도차가 나서 아무래도 깨질 것도 같은.

만진 거니 마저 하기는 한다.

애씀이 꼭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


달골 햇발동 현관 앞 데크가 초입에 꿀렁거렸고,

한밤에 들어오다 불을 환히 밝히고 벽돌 한 장 끼웠다.

그런 생각 들두만,

자꾸 넘어지는 우리 아이들 팔을 붙드는 그 손 하나,

바람 부는 날 비닐을 씌우는데 자꾸만 날릴 때 누가 잠깐 잡아주는 그 손,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는데 옆에서 거드는 손,

벽돌 한 장이 그것이었다 싶은.

그 한 장으로 마음이 다 든든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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