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22.쇠날. 맑음

조회 수 753 추천 수 0 2015.07.06 10:41:49


학교이고 달골이고 이제 빗자루 좀 들자 했네.

정신없이 밖으로 도는 이번 학기이고 있다.

뭐 안에서 하는 수업이야 없기로 한 봄학기이긴 하나.

달골 청소.

사람 없는 자리 다른 존재들이 자리 틀기 금세였을 테지.

벌레들 걸리라는 거미줄에 나만 자꾸 걸렸네.


저녁, 인근 사람들과 대체의학 모임을 했다.

멀리 가지 않고 이 지역 안에서 하고 있으니 무엇보다 반가울 일.

이태 전에 제안을 하고 사람들은 시작하였으나

정작 나는 걸음을 하지 못하다 드디어 오늘 처음 갔다.

주마다는 하지 못해도 달에 한두 차례는 합류하기로.

이참에 부황기도 하나 사기로.

아이들에게야 선뜻 사혈하자 못하겠지만 어른들한테야 서로 가벼운 치료도 하겠는.


군의원님과 면담.

달골 뒤란 건에 대해 군청에서의 움직임을 정리 좀 하는.

그래야 다음 걸음이 정해질 테니까.

지금으로서는 가을까지 넘어가겠는.

물론 그러지 말도록 애쓸 것이다.

군의원님은 할 바를 다하신 듯.

마을개발위원들 연대서명에 동행하셨고, 군수님과 몇 차례 독대했고,

담당 팀장이랑 만나 감사 시에 당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하셨고...

다음은 물꼬가 할 일, 물꼬가 해야 할 일이, 물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었네.


요 며칠 간간이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뒤적였다.

오래된 책.

그로부터 10여년하고 다시 두어 해가 흘렀고나.

G.K. 체스터튼의 문장도 거기서 읽었더랬다;

사랑하는 것은 쉽다. 그것이 사라질 때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렇게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뭔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지.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 말이다.


사랑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 둘 사라져갔다...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

두보의 시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 다음에 이어진 문장도 다시 찾아 읽었다.


처마 앞 감국의 옮겨 심는 때를 놓쳐

중양절이 되어도 국화의 꽃술을 딸 수가 없네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나머지 꽃들이 만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가끔 그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고 했다.

가끔 나도 국화꽃잎 같이 떨어져버린, 나를 두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노니.


이백의 장진주(將進酒; 술을 권하다)도 있었지.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흘러서 바다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높다란 마루에서 거울을 보고 백발을 슬퍼하는 것을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가 저녁에 눈처럼 된 것을

하늘이 나 같은 재질을 냈다면 반드시 쓸 곳이 있으리라

천양 돈을 다 써버려도 다시 생기는 것을

양을 삶고 소를 잡아서 우선 즐기자

한꺼번에 삼백 잔은 마셔야 된다


첫 구의 초입 君不見을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보이지 않느냐’로

작가는 읽고 있었다.(다시 확인하고프나 벌써 도서관에 반납해버린...)

인생이 무상하야 술로 달랜 활달하고 호방한 이백의 시에서

이 세 글자가 짙고 굵은 글씨로 내게 걸어온다.

나도 너도 뭐 별 거이겠는가, 저 꽃과 저 지렁이와 무엇이 그리 다르겠는가.

내가 자주 하는 표현으로 바꾸자면, 개뿔도 아닌 게지.

그저 한 세상을 지극하게 살 일이다, 끝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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