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26.불날. 맑음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5.07.06 10:47:31


기온 높고, 먼지 풀풀한 날들. 가물다!


한 때 마라톤을 했다. 뜻밖이겠지.

사람들이 내게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몇 가지 중의 하나이다.

전국체전도 나갔다고 하면 더 놀랍겠지.

거기 1위의 기록까지 가졌다고 하면?

기절할까 봐, 6위만 했다.

그러니까, 달리기에 관한한 할 말 좀 있다,

혹은 말발 좀 세울 건더기 있다, 그런 말이다.

(아, 이 ‘말발’부터 할 말 좀 있다.

말발이 그냥 흔히 우리들이 그 뜻을 강하게 하기 위한 된소리 쯤이라 여겼다.

그, 왜, 힘들다고 말 할 때 빡세게, 라고 하는 그런 말.

그런데, 이게 명사로서 ‘듣는 사람이 긍정할 수 있게 하는 말의 힘’이란다!

아셨던가?)

막판에 힘을 내서 앞사람들을 치고 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달려본 이는 잘 안다.

뭐 짐작도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달리다보면 한 번 처지기 시작할 때

머리와 몸이 얼마나 먼 거리, 아니 몇 광년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전혀 다른 우주임을 달려본 이는 안다.

이 역시 짐작 못할 것도 아니지만.

처지기 시작하면... 내보고 또 내보지만 자꾸 자꾸 뒷사람들이 하나씩 앞으로 지나고

또 어찌 이를 악물고 힘을 내보며 달리지만 나를 스쳐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 이제 더 이상 회복이 어렵겠구나 그만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순간,

선두 그룹에 서지 못했을 땐 영락없이 그런 순간이 있었다.

대개 좋았던 성적은 그 선두그룹을 벗어나지 않았을 때였다.

공부를 그 달리기에 빗대 그처럼 표현하며 아이들을 북돋우더라만

공부는 또 모르겠고 달리기는 그랬다.

그렇게 주저앉고 말면 영영 나락이 되고 마는 지점.

살면서 한 번씩 화들짝 그런 지점 앞에 소스라쳐 머리를 흔든다.

꼭 산오름 길에 차마고도 같은 벼랑길을 바위에 붙어 지나는데

한 발이 지지직 미끄러지려는 듯하며 바위부스러기를 한 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때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런 순간.

봄학기를 안에서 하는 수업이 없고 보니,

오히려 숙제처럼 있는 일이거나 시간을 내야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다 보니,

6월이 성큼 코 앞.

그러는 동안 누리집의 ‘물꼬에선 요새’ 기록이 실제 삶 사이에 무려 한 달 거리.

물꼬요새가 아무래도 안에서 하는 움직임 중심이니 더욱 그랬을 테지.

그 정도 간극 이상은 아니 되게 해야지 싶더니,

오늘이 26일, 지난 달 19일까지 글이 올라갔으니 무려 한 달 하고도 한 주.

아악, 스탑!


아희들아,

무엇이나 말이다, 더 이상 의욕을 상실할 때까지 두지 말 것!

하여 오늘은 지나간 메모들을 정리하고,

한편 오늘의 기록을 하노니.(누리집에 올리는 일이 더디기는 할지라도.)


주말을 이어 머물던 식구들과 사람들을 보내고,

정수기 콜call, 면 산업계 콜, 교육청 콜, 도시건축과 콜...

지역도서관에서 10시와 16시 강좌도 있었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230
6573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29
6572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22
6571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20
6570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20
6569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18
6568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16
6567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15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08
6565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00
6564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88
6563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87
6562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85
6561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83
6560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83
655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82
6558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81
6557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177
6556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76
6555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17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