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가 지난다. 그저 지난다. 이게 비란 것이네, 그리 보여주고만 간다.
가물고 또 가문 날들.
곳곳에서 바닥까지 보이는 저수지라지.
강은 녹조로 뒤덮였다 하고.
모진 날씨가 그악스런 사람의 일만 같아 더 신산한.
밭에 들었다.
포도 알솎기를 어제 이어 하고 있다.
주인이 원하는 일을 해주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내가 아는, 내 생각, 그런 게 아닌 거다.
오래 진지하게 연구하며 해온 농사일에서 얻은 지혜가
일하는 속에 가르침으로 전해져온다.
모든 장이 학교이라.
장순샘네 밭이었다.
토끼풀 무성한 둑방.
잠시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네잎 토끼풀 하나.
“샘, 선물이야.”
내가 얻은 행운이 있다면 고스란히 그대에게 주노니.
삶은 그리 소소한 기쁨으로 충분함.
점심은 이웃마을 집들이에 가서 먹었다.
“교장선생님이 웬일이라?”
모두 의아해하고.
“웬 일복이여?”
늘 치마 입은 것만 보다가 바지가 웬일이냐, 그런 일까지 하느냐 뭐 그런 말들.
산골에 사는 사람 감자 캐먹고 바다에 사는 사람 물고기 먹고, 그런 거지.
저녁에는 부항 실습이 있었다.
‘부ː항(附缸)【명사】
1. 고름·부스럼의 피 등을 빨아 내려고 부항단지를 붙이는 일. ¶ ∼을 뜨다/ ∼을 붙이다.
2. ‘부항단지’의 준말.’
사전에서 그렇데.
대체의학 연구모임을 한동안 하기로 했던 바.
가을까지 할 계획이다.
사혈도 해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