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7.해날. 맑음

조회 수 696 추천 수 0 2015.07.11 17:19:58


오늘도 31도.

대여섯 식구들이 둘러앉은 점심 밥상.

연규와 수현(물꼬에 수현이가 여럿인데, 동양화 전공하는 수현)이가 들어왔다.

무주의 산골영화제에 갔던 길이었단다.

같은 고교 출신들.

대안학교인 산마을고등학교 아이들이 긴 시간 줄줄이 연이 이어진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봐온 얼굴이라 샘이라 붙이기보다 이름만 부르기가 더 쉬운.

긴 시간 함께 하는 마음들이 고맙고, 넓혀지는 인연이 또한 고마운.


“메르스로 여기저기 행사들이 중단되던데, 그래도 한 모양이네.”

“소독제 준비해놓고, 마스크 공급하고...”

메르스는 통제불능으로 확산되고 있다.

1번 환자가 사우디를 다녀온 사실을 숨겼다고도 하고

14번이 슈퍼 전파자로 행동했다 비난하지만,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숨기기보다 짧은 진료과정에서 말이 늦어졌을 수도)

더구나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감염이 확산된다. 왜일까?

그것도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한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이 진원지.

한국의 독특한 간병문화가 원인이라고도 한다. 정말?

1990년대 초중반부터 빅5의 의료시장 독식으로 개인병원들 줄도산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대, 신촌세브란스, 서울성보모).

평상시 지역에서 환자의 병력을 관리하는 일차의료가 탄탄한 쿠바를 다시 떠올리노니

(물꼬에선 요새 2015.5.4/<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의료영리화로 인한 의료공급 시스템의 붕괴, 뭐 그런 문제는 아닌지.

환란이 끝나고 나면 메르스백서가 나올 테지만

곧 어디서도 자료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신종플루백서처럼

(세월호는 백서조차 없다!).

이 폭풍이 지나고 나면 전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운운하며 백서를 잊을지도.

세월호에서처럼 국가는 없고, 스스로 구명해야 한다.

이 자본사회에서 더 치명적 독성과 전염성을 가진 바리러스와 변종은 더 늘어날테고

그렇게 ‘위험사회’의 강도와 빈도는 늘어날 테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소용돌이치는 물속이고

국민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3년 폐업한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왜 다시 거론되어야하는지,

이미 지난 4일 재개원을 촉구했다 한다,

이 사태가 공공의료의 소중함과 후속 제도로 이어질 수는 있을 것인지.


샘들은 잠시 다녀가는 시간에도 오후 물꼬 일을 거든다.

겨울 털신들이며 운동화들이며 빠는 동안

본관에서 샘들은 청소를 하고 담가놓은 방석들을 밟고 헹구고.

사람들을 보내고 저녁에는 열무김치를 담갔다.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는데,

손이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

바깥의 식당 아니어도 단맛 없이는 밥상이 돌아가지 않는 요새라는데.


늦은 밤, 품앗이샘 하나가 보낸 글월을 읽는다.

‘... 제 친구는 너는 어떻게 그 일들을 다 하느냐고 묻는데 이런 일들을 바쁘게 하니까 오히려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하면 오히려 무기력해져서....

점점 하고 싶은 게 줄어들어서 슬펐는데 다시 늘어나네요. 역시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건가 봐요.’

그렇다, 누구의 삶이든.

바닥에서 다시 이 상황을 기억하고 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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