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 그런데 물을 머금고 있지는 않다. 어두울 뿐이다.

고양이 눈물만큼의 비가 그나마 다녀간.

작은 새 목이나마 축이려나.

  

군수님과 면담이 있었다, 달골 기숙사 건.

이제 내 손을 떠났고, 당신께 넘겼다.

당신은 관련 부서 과장님을 불러올렸고,

일은 다음 수순을 밟는다.

이제 이번 학기 애쓸 만큼은 애썼다.

다음 학기로 넘어가거나, 이번 학기로 일이 마무리 되거나.

내가 무슨 말을 했고, 당신이 어떤 말을 하였는지는 일일이 쓸 일이 아니겠다.

  

나도 읽고 당신도 읽는다.

한 기자와 주고받은 메일.

나도 힘이고 당신도 힘이다.

오래 전에 물꼬를 취재하며 맺은 인연이고,

수 년 지나 소식 듣고 글월 주고받았다.

산길을 보며 이태리 영화 얘길 하셨던가요? 가물거립니다.

그래도 그때 행복해하던 아이들 표정, 올망졸망 교문으로 들어서던 아이들 모습들은

아름다운 취재 후기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 사진은 참 예뻤더랬습니다.’

충북까지 출장 와 취재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였는데, 연이 그리 닿았더랬다.

보내준 글을 여러 번 읽었다 했다. 고맙고 행복한 마음을 많이 갖고 싶어 그리했다고.

이젠 체력 회복이 잘 안 되는 나이가 됐다 했다.

시간 흐르고, 늙어가고, 그리고 소중했던 연들이 그 세월을 같이 흐른다...

  

또 하나의 글월을 받았다.

외로움에 대한 토로였다.

얼마 전 여읜 어머니를 그렸다 했고,

수전 손택의 말에서도 작은 자살이라 하듯

(‘... 독서는 내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끄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 <수전손택의 말>가운데서)

끊임없이 나를 죽이고 또 살아나는 뭐 그런 심정이 매일 밤 일어난다고.

그리고,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 여름 편)>를 보았는데

설강화, 목련, 수련, 때죽나무 등 아름다움의 모습을 그리고 굳건한 모습을 보았는데

마지막 장에는 태풍에 스려져서 사라진 나무, 죽어 없어진 나무 소개가 나오더란 말이지.

어쩌면 아름답고 영원할 것 같은 꽃과 나무 세계에 대한 슬픔이 덮쳐 오더라지.

나머지 하나는 나랑 관련이 있었는데,

너는 미래지향적 관계 추구(?),

쉼 없이 일으켜 세우고 밀어 올려지는,

반면 나는 과거지향적 관계, 과거 단절적 관계(?),

관계를 최소화 줄여가는 것 같은...’

그런 문장.

나는 내가 퍽 과거지향적 인간형인 줄 알았는데,

선배에게 보인 건 또 달랐나 보다.

저가 보건 내가 생각하건 나는 또 나로 있을지니.

내가 보건 네가 생각하건 너는 또 너로 있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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