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아들이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던 해,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빼어나고 고귀한 도시인 피렌체에 치명적인 흑사병이 돌았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와 비슷한 일 혹은 더한 일들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망상에 시달렸지요. 모두가 극도로 잔인해져서 환자와 그에 속한 것들을 피하고 멀리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기 목숨은 자기가 부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습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첫 번째 날 가운데서)
메르스는 계속 확산 중.
필립 지글러의 <흑사병>이, 까뮈의 <페스트>가,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주던 공포들까지는 아니어도.
통제불능 상황인 듯.
세월호처럼 메르스도 그렇게 심해로 끌려들어간다...
세상이 다 아는데도 병원 실명을 공개하지 않던 정부의 정보 통제와 독점은
불안과 헛된 루머를 산불처럼 번지게 했다.
인포데믹스(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 의 합성어)라,
공공조직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때
위기에서 그 위기보다 모르므로 느끼는 공포는 더 커지고
그것은 뜬소문과 괴담 속에 확대 재생산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메르스보다 인포데믹스 흑사병 중.
들은 마를 대로 말랐다.
그래도 녹음이 녹음인 걸 보면 오호 놀랄세라.
아이들도 그럴 것이라.
학교에선 날마다 우물물을 퍼내고 있다.
관내 여러 마을에서 이미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물 좋고 넉넉한 이 산마을도 거기에 이를 수도 있겠다.
그나마 학교에는 우물이 있어 다행.
오래 쓰지 않아 식수로 먹자 권할 수는 없어도
마을 물도 바닥을 드러낼 때 가까운 이웃들이 같이 쓸 수는 있을 것이다.
아래 학교에서는 매트리스 껍질을 빨고 또 빨고,
위의 달골에서는 이불을 빨고 또 빨고.
아직 그리할 물 있으니 고마운.
오후 뜻밖에 건축과장님 방문하셨다.
어제 군수님 단독 면담이 있었고,
과장님 바로 불러 올려 얘기 나누고,
끝난 뒤 나와서 같이 머리 맞대본 시간이 있었다.
달골 기숙사 건을 얼만큼 어디까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군수님은 답을 내셨으나 실무진에서 어찌 움직일 것인지...
이런 과정 속에 만나는 모두와 물꼬 이야기를 한다,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디를 향해가며, 그 생각을 어떻게 구현하며 살아가는지를.
그것만도 큰 ‘자유학교 전도사업’이었을지니.
사람들을 만났고, 그것이 또 힘일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