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변죽만 울릴 것인가,

하늘은 흐려갔지만 별 기대 없이 보내는 아침.

마을은 제한급수에 들어가기로.

아침저녁 2시간씩.

그렇지 않아도 가마솥방에는 큰 물통이 늘 있다.

아이들 오가는 곳이니 혹여 갑자기 물 마르는 순간 있기라도 할까 준비해 둔.

우리 어머님들의 지혜였다.

그 물 일 년 열두 달 쓰는 일 없이 갈아두기만 해도 마음 언제나 든든한.

다시 물통 비우고 씻고 채워둔다.

아이 생일이었고, 이른 미역국이 있는 밥상으로 식구들이 둘러앉았다가

아이는 버스를 타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비다!”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침 10시에 가까워지는 시간.

그러나 쥐꼬리만큼 후두둑, 그러고 말았다.


이웃마을에서 손님들이 왔다.

목공예하는 영욱샘이 잠깐 차나 마시고 싶다는, 아주 가까운 지인들 인사나 시켜주고픈 마음,

하지만 이 산마을까지 하는 걸음에 밥상을 차려낸다.

사는 즐거움이 뭐 중뿔날 게 있나.

밥상 앞에서 같이 앉은 시간,

우리 무슨 연이 있어 어느 하루 여기 모여 밥을 놓고 마주하는가,

사람들이 여기서 밥을 같이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

“이제 가!”

몇 시간이 훌쩍 흐르고 나서야 할 때.

서울행.


내일부터 한 주 워크숍.

여기는 서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47
6573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44
6572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35
6571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34
6570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33
6569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32
6568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28
656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26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18
6565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11
6564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96
6563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95
6562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95
6561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94
6560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93
6559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92
6558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191
6557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91
6556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90
6555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8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