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저수지 바닥까지 쫘악쫘악 갈라놓았고,

메르스는 화마 같은 기세로 번지고 있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선전한 병원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됐다.

서울에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는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는 안데.

자본의 속성은 돈의 논리,

세월호도 메리스도 자본의 맨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해양수산부를 해체하고 해양경비대(해안경비안전본부던가...)로 바꾸었듯

어느 사람의 농처럼 곧 ‘보건복지부’를 해체하고 ‘복지보건부’를 만들겠지.

나는 그 배에 타지 않았고,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우리는 유리벽 ‘밖’에서 그 참사를 지켜보았다.

슬프거나 혹은 무서운 것은

우리는 또 다른 세월호를 볼 것이고 메르스를 볼 것이라는 것...


‘...대통령은 16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휴업에 들어갔다가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와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이후 일선 학교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주일, 그리고 이틀 메르스로 휴업을 했던 학교들에 방문한 대통령은

메르스를 ‘중동식 독감’이라 했다.

새누리당 어느 의원이

메르스라는 말이 낯설고 국민들이 무서워하니 친숙한 우리말로 바꾸자더니,

그래서 비교적 친숙한 독감의 일부일 뿐이라고 ‘프레임을 바꾸려는’ 청와대이겠지만

프레임 이론이 그런 것이던가.

‘프레임 재구성은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아니다. 어떤 마법의 단어를 찾아내는 일도 아니다. 프레임은 슬로건이 아니라 생각이다. 프레임 재구성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에 접근하여 이를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이 일반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부단한 과정이며, 반복과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운데서)

그러니까, 이거 독감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공포의 대상인 메르스에 대한 프레임이 바뀌는 게 아니라고!


전국 소나기 내린다던 소식이 기별만 오고 답체 오지 않는 사람 같더니

기다렸던 갑다, 학교도, 사람 올 때까정.

비가 많이 옵니다,

19일 오늘 학교아저씨가 전화를 다 했더라, 얼마나 기다렸던 일이면.

‘비가 30분 동안 많이 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문자는 그러했노니,

겨우 축이기만 한. 야속도 하여라.


서울에서 한 주간 인성교육 교수요원 워크숍이 있었다.

인성교육이라고 말하면 먼저 부끄러워 그리 입에 올릴 수도 없었지만

결국 물꼬도 그런 작업을 하던 공간이었음은 부인 못하지.

이제 법제화가 되고 보니 그런 말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하는데,

마침 오래 교류하던 어른 두 분이 관여한 관련 단체에서

함께 교수요원으로 일을 하자시며 워크숍에서부터 동행하기를 여러 차례 부탁,

그예 시간을 냈다.

그런데, 교육내용을 열어보니 가관이더라.

40여년 인성교육을 했다는 단체였다.

그런데 깃발만 나부낄 뿐.

70년대 자료를 가져다놓고 나를 따르라 식으로 하는 독선적인 강의,

그것조차 내용 없는.

서울까지 날 부른 어르신들도 당황하고 낯뜨거워하고 미안해했다.

그야말로 사기당한 일주일이었다.

잘못 보았으면 내 눈을 찔러야지,

다음은 항의가 있어야겠지.

같이 하기 위해 바로 잡거나 아니면 그 시간에 대한 배상을 받거나.

다음 주는 그런 시간이 되겠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그 순간만이 문제가 아니라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또 있노니.

6월 빈들모임 준비도 다 밀쳐두고 간 걸음이었는데...


학교에서는 하루 두어 장씩 이불을 빨고,

물 긷고 뿌리고.

흐릴 때도 있고 비 뿌리기도 했으나 여전히 가물고, 이어지는 불볕더위.

그래도 호박이 올라오고, 고추만큼만 해도 가지 달리고 오이 열리고.

읍내 장날 학교아저씨 나들이도 다녀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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