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밤을 거의 지새운 이들인데도

아침밥을 서른 가까이 먹었을라나.

그런데, 시 잔치는 샘들도 쉬어가라고 웬만하면 설거지도 맡기지 않는데,

희중샘이 마지막까지 설거지에서부터 본관 정리까지 손을 보태더라.

그에게서 묻어나는 세월을 보니 참말 좋더만.


욕들 봤다.

일찍 들어와 두루 손을 보탠 초설샘이며 연규샘이며

사람들맞이에 소홀했던 자리를 메워준 복현샘,

올해는 밥바라지만이 아니라 청소까지 더한 점주샘,

내 뒤에 마장순 있다, 요새 그리 농담케 하는 장순샘,

닥쳐서 해왔던 걸개며 안내장을 한주 전에 준비해준 금룡샘,

어떻게든 자기 몫을 해주는 희중샘과 젊은 피 새얼굴 이씨 총각,

앞마당을 준비해주셨던 김천의 다례모임 샘들,

장승 깎기 시연을 보이러 왔던 영욱샘네들,

멀리 대구에서 춤과 노래로 감초가 돼주셨던 김정샘네들,

누구보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이생진 선생님과 가객 승엽샘.

한 사진 찍는 주훈샘과 굵직한 손들 받쳐준 상찬샘,

진주에서 한달음에 와준 벗이자 차기 사회자 후보로 강력히 거론된 시인 문저온 여사,

그리고 가까이서 멀리서 해마다 또는 새로이 산골까지 온, 몸으로 시를 쓰는 사람들...


그런데, 올해는 보태는 손도 많았고, 여러 날 전부터 한 준비이건만

이상하게 빠진 게 두드러지더라.

어르신들을 잘 섬기지 못했다는 괴로움이 남았고,

외려 손 있을 때 여기저기 낡은 살림을 돌보느라

정작 행사에 더 많이 쏟지 못한 정성이, 소홀했던 인사들이 죄송했네.

그래서 또 하기로!

이생진 선생님, 그래서 또 오셔야!

우리 모두 다시 모여야!

“모다 고맙습니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모다 사랑합니다.”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딱 그러한 시 잔치였노니.


유설샘 미루샘네 가족 다섯을 마지막으로 보내고

10여 분이나 지났을까, 약속했던 두 가정 여섯의 방문이 있었다.

계자에 아이를 보내기 전 들린 가정과

그 인척 발로로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동행한.

이야기에 아주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들이어

곤함에도 물꼬의 신명을 전할 수 있었다.

바쁜 시간 내준 걸 고맙다 했으나

낯선 공간을 열린 눈으로 보아준 당신들이 더 고마운 시간이었다.

신청한 아이 말고도 같이 왔던 두 형제도 이 산골짝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 있길.

물꼬는, 물꼬를 안 만날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만날 수는 없는 곳 아니던가, 하하.


한 밤, 행복론을 강의하는 이의 긴 전화가 있었다.

얼마 전 한주를 같이 보내며 본 그는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맞아요, 사실 안 행복해요.”

고백하는 그니.

웃음치료에서부터 상담치료, 행복론 강사들이 더러 이곳에다 자신들을 부린다.

고마운 일이다.

그들도 그럴 곳이 필요하지 않더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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