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종이를 접었고, 문해교육 강좌가 있었고, 그림을 그리니 하루가 다 갔다.

자정 가까이에야 교무실 책상 앞에 앉은.

상반기 살림이 어찌 돌아가고 있었는지,

안에서 하는 수업이 없던 봄학기였다.

후원계좌를 열었다.

거기 최영수, 라는 이름 세 자.

그 아이들이 지금 몇 살쯤에 이르렀나, 서른을 넘은지도 한참이겠다.

초등 고학년 두어 해 글쓰기모임을 했고, 중학생이 되며 논술모임을,

그리고 몇 해 해마다 2월에 학년을 성찰하는 모꼬지를 대성리로 같이 떠났던 아이들.

대여섯 해전 서울 강의에 어찌 소식들 듣고 찾아왔더랬다.

그리고 간간이 그 세대 아이들이 후원금을 보내주고는 했다.

잊히지 않아 고맙다. 우아한 어머니는 여전하신가. 장가를 갔을수도 있겠고나.

이렇게 한 자리 앉아 있으니 또 그리 만나는.

그래서 아이들이 언제고 올 수 있는 둥지가 되기도.


‘몇 년 전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의 아파트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길거리 풍경이 내가 태어난 1963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떠올렸다. 물론 자동차 디자인은 조금 달라졌지만, 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아니라 연소기관으로 달리는 지상 운송수단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믿음직스러운 주차요금 계량기에서부터 튼튼한 청색 우체통과 상징적인 노랑 택시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맨해튼은 우울하리만치 비미래적이었다.’

사이먼 레이놀즈의 <레트로 마니아>를 뒤적였다.

런던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대중음악 평론가인 그는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를 결국은 기울어 무너지는 서구의 또 다른 얼굴로 읽고 있다.

한 논객은 그 책을 읽은 뒤 대한민국의 현실에 견주었다.

한국 정치는 1930년대 태어난 노인들이 쥐락펴락한다,

그에 맞서는 건 1960년대, 그러니까 은퇴 연령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

미래가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청춘들은 기성세대에 대립 혹은 저항 따위 상상할 수없이

당장 오늘 내일 삶을 보장받기 위해 동분서주한다고.

‘미래’가 사라진 곳에 ‘돌아온 과거’가 채우고

이 복고는 사회 우경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 진단도 있다.

어떻게 현재를 지켜내고,

어떻게 최소한의 활기를 잃지 않으며,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낼’ 것인가.

생각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연대할 것!

지난겨울부터 유달리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그러하니.

다시 여름,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제 7월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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