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억시게 많이 오는 거 같죠?”
그러게.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그렇더니 잠시 몇 방울 떨어지는 비.
소나기라 부를 것도 없는.
한 사흘 비 다녀가고 급한 불들은 껐으나
여전히 가물고 날은 덥다.
비가림 시설이 된 이웃의 포도밭에서 늦은 알솎이를 했다.
급하게 보낼 원고도 점심에 그곳에서 써서 보냈다.
한 보육원의 연락. 여름 계자에 아이 보낸다는.
‘또래관계를 어려워하고 있으며,
생후 백일 이후부터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지내다가
친부가 사망한 5살 경부터 위탁모와 살다가
2013년 12월에 저희 원으로 오게 된 아이입니다.
... 아이 스스로는 학교생활이나 원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나
마음이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아이가 이번 계자를 통해 맘이 편안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신청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모임 값을 이만큼 보낼 수 있겠노라 적고 있다.
고맙다. 시설아동들은 언제나 물꼬 측에서 지원해왔다.
물꼬 사정 헤아려주시는 그 마음이라니.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에서도 메일이 와 있다.
큰 뜻을 품었다기 보다 조금 즉흥적으로
어릴 적 학교에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에 아이도 학교를 힘들어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제가 어린 시절의 부모님과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기억 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억들을 더 가지고 그 기억들을 극복하지 못 한 상황에서 아들과 홈스쿨을 하며 아들과 행복하고 싶어 시작한 홈스쿨이 그렇지 못한 듯 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맞나 항상 고민 하던 중’ 물꼬를 소개받았다는.
‘외동이라 외로움도 있고 자신을 좀 알아주길 바라고 인정받기를 원하는데
엄마인 저는 아들 맘을 알아주기보다 제 맘속에 힘듦으로 인해
아들과 다투다 화해하고를 반복하며 보내고 있어요.
다툴 때는 11살 아들과 11살인 제 속에 아이와 다투고 있네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많은데 제가 글 솜씨가 없어서 다 글을 쓰기가 어렵네요.’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랑 보내는 시간 나는 폭군이었다.
우리 엄마가 화를 내는 아이는 이 세상에 나 하나 밖에 없다, 아이가 했던 말이다.
아이가 모든 걸 맞춰줘서 그나마 싸울 일이 없었는데,
7학년 되니 드디어 반전이...
한 해 정도 무지 싸웠다.
그런데, 대개 평범한 우리들이 거의 그렇지 않나...
홈스쿨링의 문제라기보다 관계에서 그런 시간이 있는 듯.
문제는 늘 ‘나’ 아니겠는지.
그래서 언제나 수행(성찰이라 해도 되고 공부라 해도 되고)이 동행하는 삶이어야.
그리고, 제도학교냐 대안학교냐 홈스쿨링이냐가 어디 문제이겠는가.
문제는 우리 부모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교육을 대하고 있는가가 아닐지.
더하여 밥바라지로 한 엄마의 신청도 들어와 있다.
어른들이 풍성한 올 여름의 계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