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캤다.
수확은 형편없었다. 가문 탓이었을 것이다.
우리야 돈 사는 일이 아니니 괜찮다만 농사꾼들의 밭은 마른 날들에 어쩌려나.
달골 뒤란 공사는, 자꾸 날은 가고,
지난주 초 군수님이 결재를 하신 일인데도, 군에서는 바쁘다고 자꾸 연락을 했다는데,
설계를 이유로 한 주가 속절없이 또 흘러가고 있었다.
오후, 건설회사 사장이 면담을 요청해왔다.
기존의 설계대로는 도저히 예산 안에서 할 수 없으니 조율을 좀 하자는.
장순샘이 테이블에 같이 앉았다.
아무래도 54미터에 이르는 둘레는 예산 상 40미터밖에 하지 못할 것 같다는데,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부분과 그 쪽에서 할 수 있는 작업 사이에서
업자는 최종안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 흘러가려나.
달골, 개나리 잎을 온통 갉아먹은 벌레들.
작년에는 이른 아침이면 일일이 잡았다.
올해는 손도 못 대고 지나는 여름이고 있었다.
충에는 은행잎이라.
기숙사에 있는 아이가 왔고, 아비랑 은행잎을 따서 절구에 찧으라 했다.
작은 대야 가득 찧은 것을 물을 타 우려내서 뿌려보았다.
내일 아침은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한밤 아이의 여드름과 허리통증을 위한 가정치료가 있었다.
7번 경추 아래 목통혈도 사혈을 좀 하려니, 두려웠다.
그런데 혈관을 찾아 꼭 그 자리에 행하는 시술이 아니어
위험으로 따지자면 그리 어려워할 일도 아닌.
태어났을 때부터 집에서 여러 가지 치료를 해왔던 아이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신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의료 자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