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지나며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두 시가 넘어가며 제법 소리가 굵어지는가 싶더니 쏟아졌다.

그 사이 비 더러 다녀는 갔으나 여전히 가문 들이다.

내리 좀 내려줄 것인가.


저런 맙소사, 이런 깜짝이야.

어느 날 아침 달골 햇발동 부엌 앞 개나리들 잎에서 벌레들을 보았다.

잎은 구멍숭숭하여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작년에는 꼬물탕꼬물탕거리는 벌레들을 아침마다 배추벌레 잡듯 그리 잡아냈더랬다.

올봄엔 버젓이 보고도 잡아줄 생각을 못하고 손 놓고 보내고 있었는데...

충에는 은행잎이라.

간밤 은행잎을 찧어 뿌렸고,

아침에 살펴보는데, 그들은 굳건도 하더라.

젓가락으로 떼어내기 시작했다.

너는 네 살길을 찾을 것이고,

나는 내 삶의 길을 가는 것이라.

저 작은 것들이 이 많은 잎들을 갉았다니,

문득 갉혀진 잎들도 아팠을까 싶은 마음도.

젓가락질은 여러 날의 일이 될 것이다.


뜨거워지기 전 일하겠다 일찍 움직였으니 아직 아침이라기에 이른 시간,

여태 잠들지 않은 아이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이제 아이랄 수 없는, 서른을 향해가는 아이.

집안의 폭풍에 어제 낮부터 뜻밖의 전화를 해왔고, 날밤을 보냈던 모양이다.

(‘날밤’이란 게 그런 거더라. ‘부질없이 새우는 밤’. 그렇고나.)

우리 어른들이 잘 사는 것이 아이들을 돕는 것일지니.

제발 애들 어쩌구저쩌구 말고 우리 삶이나 좀 챙기자.


연규샘이 들어왔다.

희중샘이랑 와 짧은 단식도 하고 올해 새로 엮기로 한 물꼬 노래집에 손 보태려 했는데,

희중샘은 이번엔 들어오기 어렵겠고 계자 전 주에 일찍 들어오기로.

낮엔 들일을 거들고, 밤엔 노래집 일을 같이 해갈 것이다.

연규샘은 지내는 동안 저 먹을 것들이며 여기서 귀한 것들을 식구들 위해 싸서도 왔다.

기특하고 고맙다.

“물꼬가 해주는 것에 견주면...”

희원이 엄마, 연규샘의 고모이기도 한, 가 손수 만든 비누와 오이지도 보냈다.

물꼬가 그리 살아간다.


저녁들을 먹고 된장집과 고추장집 이불부터 꺼냈다.

담고 밟고 불려두고 방을 치워내고 새 이불을 들이고,

계자에서 밥바라지 엄마들이 잘 쓸 수 있도록 살펴놓기.

밤에는 목공실에서 움직였다.

달골 들머리 안내판이 망가져 언제 다시 만드나 바라만 보기 여러 날,

경첩을 달아 양편으로 벌리며 세워질 수 있게 만들었다.

칠은, 장순샘이 만들어준 평상 재벌칠 할 때 그때 같이 해야겠네.


기숙사로 돌아간 아이가 목이 너무 아프다고 연락을 해왔다.

한의원에도 병원에도 목과 허리로 다녀오고는 했더랬고,

어제는 집에서 어미의 치료(대체의학)를 받아보았다.

“허리는 괜찮은데요, 목이 너무 아파요.”

저녁버스로 도로 들어오라 했고 목통혈에 조처를 했다.

“신기하네.”

조금 편해졌단다.

“자고 일어나면 더 괜찮을 거야. 몇 차례 더해보면 더 좋아질 거고.”


계자 밥바라지 신청이 들어왔다.

행사를 해보면 밥 일이 행사 절반도 넘어 되는.

돈으로 일손을 사지 않는, 마음 낸 이들이 보태는 손으로 살아가는 이곳이라

밥바라지도 없으면 없는 대로 보충역인 내가 맡고 샘들이 손을 더하며 어찌어찌 꾸려간다.

하여 밥바라지 지원자가 있을 때 젤로 반가운.

조용히 계자 구성원들이 하나하나 그리 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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