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대배로 여는 아침.

“내가 대표기도 할게.”

그렇게 해건지기를 홀로 할 때도 흔하다.

산골 일상을 챙겨가는 일, 다들 얼마나 곤할 것인가.


한밤중 내리던 비는 여명과 함께 멎었다.

달골 햇발동 앞마당 개나리를 덮친 벌레들,

어제 잡아냈던 그 많은 무리 말고도 여전히 꼬물닥거리는 그들을

젓가락으로 또 잡아냈다.

개나리 살리자고, 나 살자고 이럴 때마다

권정생 선생의 <하느님의 눈물>을 생각노니.


기숙사로 돌아가는 아이와 기락샘을 이른 아침밥상을 차려 보내고,

학교아저씨와 연규샘을 실어 황간 광평농장에 부리러 갔다.

“아침도 와서 먹어.”

식구들이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생강밭에 들었고,

해질녘까지 들에 있다 나와 저녁까지 먹고,

조정환샘이 물꼬까지 사람들을 태워주셨다.

구름 있어 밭매기는 좋았더라고.

점심에는 그곳에서 연규샘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맛있는 닭을 먹었더란다.


아침모임을 농장에서 했고,

다시 밤 11시가 가까워 가마솥방에서 하루재기모임이 있었다.

그제야 저녁밥을 먹으며 환담하다.

늘 가서 하는 일보다 실어오는 것들이 더 많다.

광평농장에서 사과즙이며 장아찌들이 와 있었다.

내일은 또 면소재지 장순샘네 포도밭과 자두밭에 들어갈 것이다.

자정에야 책상 앞이다.


군수님 비서실과 달골 뒤란 공사 관련 일의 조율이 좀 있었고,

달골 공사를 위해 오갈 대형트럭들로부터

길 따라 늘어선 호두나무며 감나무며 유실수들의 유실을 최소화하고자

밭들 주인들에게 전화 넣다.


노래집을 다시 만들자는 얘기가 학기 내내 있었다.

희중샘이 일부를 맡고, 연규샘이 또 한 부분을 맡고,

그리고 내가 더하기로 한다.

붙을 수 있는 샘들이 때때로 붙기도 하고, 편집이 되면 금룡샘이 제본을 할 것이다.

밤에는 연규샘이 컴퓨터 앞에서 물꼬의 지나온 자료들을 뒤적여

노래들을 모았다.

눈시울이 붉어졌더란다,

저 오던 98년부터 드나들던 이들의 이름자를 보며.

“옥샘, 오래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드나들고,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인가.


메일들에 답글 달고 보니 어느새 또 새벽 4시.

오늘 또 한 분의 밥바라지 신청. 밥바라지가 셋이나.

손이 많다고 꼭 좋겠는가. 그 일을 수행할 적정인원이란 게 있을 것이라.

조율이 필요하겠네.

품앗이샘들 자리도 마감.

요즘은 어른들부터 자리가 차는.


하루 일의 시작은 이불빨래로, 그 끝도 바깥수돗가에서 발로 밟아 빠는 이불빨래,

여름에 올 아이들 맞을 준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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