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비가 굵다.
간밤에 내렸던 비가 아침에 긋더니
늦은 아침 다시 갈까 말까 하는 발걸음처럼 내리다가는
조금씩 무거워지더니 한밤에 제법.
비 이리 내리는데 공사를 할 사람들은 왜 여태 소식 없을꼬.
달골을 둘러보다가 뒤란에서 네 잎 토끼풀 하나를 땄다.
아침 해건지기를 끝내고 오늘도 잎을 갉아먹는 벌레부터 잡았다.
수돗가 이불빨래는 비가 내릴 때도 계속된다.
오늘은 오후에, 어제는 종일, 식구들이 또 다른 이웃의 밭으로 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일이 많은 시골이다.
그곳 창고를 치워냈다고.
밤, 교무실에선 노래집 작업.
98년부터 계자 자료를 훑어보던 연규샘, 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어제도 물꼬가 건너온 세월에 눈물이 글썽해졌더랬다.
사람을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 시간이었다.
사는 일이 어디라고 아니 그럴까.
세월호 부모들은 이 비에도 광화문에 혹은 팽목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에도.
포털 사이트에 이제 세월호 기사는 없거나 저 구석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있거나,
아주 잠깐 스윽 나타났다 사라지거나.
오늘은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 해역에서 선체 수중촬영에 나섰는데, 해수부가 막았다 한다.
그나마 그 소식도 멀리서 벗이 알려주었다.
선체를 인양할 때 나올 논란과 갈등을 겪지 않으려
가족들이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묵살되어왔다.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정밀 촬영해 기록하고,
인양 후 선체 훼손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유실방지물 등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들을 확인하기 위해 수중촬영을 하려던 것.
그들은 말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와 국민이 직접 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하는 세월호에 여전히 탑승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