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7.불날. 비

조회 수 684 추천 수 0 2015.07.31 20:19:54


이 밤, 비가 굵다.

간밤에 내렸던 비가 아침에 긋더니

늦은 아침 다시 갈까 말까 하는 발걸음처럼 내리다가는

조금씩 무거워지더니 한밤에 제법.

비 이리 내리는데 공사를 할 사람들은 왜 여태 소식 없을꼬.

달골을 둘러보다가 뒤란에서 네 잎 토끼풀 하나를 땄다.


아침 해건지기를 끝내고 오늘도 잎을 갉아먹는 벌레부터 잡았다.

수돗가 이불빨래는 비가 내릴 때도 계속된다.

오늘은 오후에, 어제는 종일, 식구들이 또 다른 이웃의 밭으로 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일이 많은 시골이다.

그곳 창고를 치워냈다고.


밤, 교무실에선 노래집 작업.

98년부터 계자 자료를 훑어보던 연규샘, 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어제도 물꼬가 건너온 세월에 눈물이 글썽해졌더랬다.

사람을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 시간이었다.

사는 일이 어디라고 아니 그럴까.


세월호 부모들은 이 비에도 광화문에 혹은 팽목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에도.

포털 사이트에 이제 세월호 기사는 없거나 저 구석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있거나,

아주 잠깐 스윽 나타났다 사라지거나.

오늘은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 해역에서 선체 수중촬영에 나섰는데, 해수부가 막았다 한다.

그나마 그 소식도 멀리서 벗이 알려주었다.

선체를 인양할 때 나올 논란과 갈등을 겪지 않으려

가족들이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묵살되어왔다.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정밀 촬영해 기록하고,

인양 후 선체 훼손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유실방지물 등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들을 확인하기 위해 수중촬영을 하려던 것.

그들은 말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와 국민이 직접 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하는 세월호에 여전히 탑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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