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필요해.
좀 느지막히 자자는 아침, 그러나 눈이 먼저 떠졌다.
아침수행을 끝낸 뒤 인근 도시에서 물꼬에 손발 보태주시는 분들과 나누려
풋고추를 따서 꾸러미 꾸러미 쌌다.
한 보육원과 가을학기 위탁교육 논의.
봄학기에는 달골 뒤란 문제로 공식적으로 기숙사를 돌리지 못했다.
그러니 위탁교육 역시 다음 학기로 미뤄져왔던 것.
9학년 남자 아이가 한 학기 졸업을 앞둔 상태인데 폭력문제로 권고전학을 받았단다.
또래보다 체구도 작고,
감정표현이 미숙하여 화가 났을 때 친구들을 위협하거나 때리는 행동으로
벌써 여러 차례 학교를 옮겨 다녔다는.
가을학기를 다 물꼬에서 보낼 수 있는지,
시작은 언제부터 가능한지, 얼마동안 가능한지를 물어왔다.
일단 여름 일정을 보낸 뒤 결정하기로.
“비는 참 표현이 많기도 해. 는개비, 이슬비, 실비, 작달비...”
그 말을 들은 벗이 비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고 보내주었다.
얼마나 다양한 비인지, 표현인지,
거기에는 또 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만든 낱말도 있을 테지.
양에 따라
는개 : 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비: 아주 가는 비로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 보다 가늚
가랑비 : 이슬비보다는 굵지만 가늘게 내리는 비
보슬비 : 바람 없이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 [큰말] 부슬비
실비: 실을 드리운 듯 가늘게 내리는 비.
소나기 : 세차게 내리다 곧 그치는 비
작달비 : 굵고 거세게 한동안 퍼붓는 비
큰비 : 여러 날을 계속하여 많이 내리는 비
장대비: 빗발이 굵게 좍좍 내리는 비
억수: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궂은비 : 날이 흐려 침침한 상태로 지겹도록 내리는 비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내리다가는 개고, 또 내리다가는 개곤하는 장마
장마 :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
오란비: 장마의 옛말(오란비 림:霖).
억수장마: 여러 날 계속 억수로 내리는 장마.
모다기비: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 집중호우
호미자락: 호미의 끝 부분, 또는 그 길이.
빗물이 땅속에 스며든 깊이가 호미의 날 정도일 때 쓰는 말,
또는 땅에 스며드는 정도가 호미날의 길이만큼 되게 오는 비.
보지락: 보습이 들어갈 만큼 땅속으로 스며들어간 비의 양,
또는 땅에 스며드는 정도가 보습날이 들어갈 만큼 오는 비.
때에 따라
단비: 꼭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비
모종비: 모종하기에 알맞게 때 맞추어 내리는 비
목비: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
못비: 모를 다 낼만큼 흡족하게 내리는 비
밤비: 밤에 내리는 비
여우비: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장맛비: 장마 때 내리는 비
찬비: 가을 녘에 내리는 차가운 비
웃비: (날이 아주 갠 것이 아니라) 한창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백중물: 음력 칠월 보름인 백중날이나 그 무렵에 많이 오는 비.
칠석물: 음력 칠월 칠석에 내리는 비
보름치: 음력 보름께에 오는 비나 눈
그믐치: 음력 그믐께에 오는 비나 눈
복물: 복날 또는 그 무렵에 내리는 비
흙비: 바람에 높이 날렸다가 비처럼 내리는 모래흙.
토우(土雨) 또는 흙먼지가 많이 섞여 내리는 비
개부심: 장마로 큰물이 난 뒤,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비가 내려 명개를 부시어 냄,
또는 그 비.
(명개: 갯가나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고운 흙.)
그 밖에 모양에 따라
비거스렁이 :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
빗밑 : 내리던 비가 그치어 날이 개기까지의 과정
[예제] 빗밑이 무겁다 : 내리던 비가 그치어 날이 개기까지의 동안이 지루하다
비바람 : 비를 몰아오면서 부는 바람
빗발 : 줄이 죽죽 친 것처럼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 : 비가 되어 떨어지는 물방울
빗소리 : 비가 내리는 소리
빗줄기 : 줄이 진 것처럼 굵고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
누리: 우박 (雨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