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아저씨는 콩모종을 심었다.


달골, 드디어 공사를 시작한다.

이번 봄학기 큰 숙제로 삼았던 일이었다.

2005년 기숙사를 지었고,

설계와 달리 뒤란 경사지를 과도하게 잘라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었더니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2012년 거실에 누수도 있어 몇 가지 자잘한 수리와 함께 뒤란 법사면 공사를 했더랬다.

하지만 몇 천 만원을 들인 공사는 날림이었고,

문제는 고스란히 남았다.

해마다 큰비 뒤 무너져 내린 것을 긁어냈고,

다시 그만큼의 비용을 마련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이들이 혹여 들어갈까 늘 날섰다.

더는 시간을 둘 수 없는 일, 그랬다.

하지만 개인명의라는 까닭으로 공무원들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다음은, 어르신들 설득은 되었으나 추경예산이 끝나 가을로 넘어가야 할 판,

장마가 코앞인데...

“외상으로라도 해주셔요!”

안되면 군수님 개인으로라도 해 달라 조를 양이었다.

위로는 면장님, 군의원님, 군수님과 몇 차례 면담이 이어졌고,

아래로는 마을개발위원들의 연대 탄원 도장이며 교육청 서류, 면사무소의 조율들을 거쳐

마침내 군수님 결재가 떨어진 것이 6월 22일.

“열흘 만에 결재 떨어진 거 처음입니다.”

담당 과장님이 그러셨다.

한 공무원은 물꼬 이야기를 듣고 적어도 6개월은 걸리겠구나 했다고.

군수님 결정하신 때로부터야 열흘이지만

물꼬로서는 3월 22일 시작한 일이 6월 22일에 이르러 그리 결실을 맺었던 것.

물론 서류까지만.

마침내 7월 10일 오늘 이제 그 공사가 2주 계획으로 첫 삽을 뜬 것.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태고 마음을 보탰던 일이었던가.

“고맙습니다!”


바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늘에서도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땀이 삐질삐질.

저녁이 되고도 달골에서 공사 차량들 나간 뒤 둘러보는데,

금세 땀이 배난다.

비질 몇 번에는 아주 옷이 흠뻑 젖었다.

그래도 이 날씨에 바깥일 하는 사람들에 견주면야 신선이지.


밤, 부모 상담이 있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아이들 문제로 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거개 같은 문제이다.

이것도 일종의 바넘효과라 부를 수 있잖을지.

다른 사람들도 다 갖고 있는 일반적인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느끼는 심리 말이다.

혈액형, 토정비결, 사주, 별자리, 이 주의 운세, 그런 것들.

1800년대 말의 바넘은 세계 최고의 서커스단을 이끌던 단장이었단다.

관객의 성격을 맞추는 마술로 유명했던.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포러는 그 마술의 비밀을 풀었다.

학생들 각각의 성격 테스트를 한 뒤,

신문 점성술란에 게재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는데

학생들이 자신의 성격이랑 딱 맞다고,

점성술란의 내용은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특징을 기술한 것이었는데도,

학생들은 그것을 성격 테스트 결과로 믿더라는. 일명 포러효과.

우리 모두 개별이지만 또한 사람 일반이고 부모 일반.

그래서 문제 해결 또한 비슷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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