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13.달날. 갬

조회 수 621 추천 수 0 2015.07.31 20:29:04


해다!

말짱해진 하늘.

간밤 야삼경을 넘기며 수그러든다 싶더니, 아침 햇살.

신기하기까지.

그런데, 비 아주 멎기는 하는가.

공사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이른 아침 달골로 트럭이 오르고 굴삭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육원들과 주고받아야 할, 정확하게는 물꼬가 주어야 할 서류들이

이 여름에도 몇 있었던 참인데, 이제야.

물꼬의 여름 일정들에 이번에도 시설아동들이 얼마쯤 함께한다.

서류란 것에 비제도적인 물꼬가 서툴 걸 아는지라

저 편에서 양식과 서류를 채워 보내주어 보고 적기만 하는데도

그런 일 하나 하고 나면 대단히 많은 일을 한 듯함과 동시에 피로가 몰려오기까지.


서둘러 한 건 하고 다음 건.

와서 애쓰는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해주는 것 없는데

그나마 아이들이 봉사활동 서류라도 원할 때

그것이 공인된 형태로 제도교육 안에서도 유효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겨울부터 절차를 밟다가 봄학기 여러 일정들에 여직 밀려있었다.

오늘 작업 시작.

오전을 다 들이고, 내일 오전은 도서관에 있으니 모레 오전 또 이어가고,

그 다음날 오전까지 시간을 들이면 마무리가 가능할 거라.

때로 그런 일들이 그것만을 위한 인력을 또 하나 필요로 할 듯한 일이지만

뭔가를 얻으면 그만큼 주는 것도 있어야지 않겠는가라는 마음으로.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 득이라는데 그깟 것을 못해낼까.

교무행정 비고 바깥에서 지원하는 샘들이 있다하나 아무래도 상근이지 않으니

그토록 안하고 못하던 인터넷 작업들도 어찌어찌 하게 되더라.

하면 할 수 있고, 하다보면 늘고, 그러다 잘하게 되기도 할 테지.

하지 뭐.


베트남의 강 하나를 보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8월에 열흘간 베트남에서.

문화관광 분야로 합류하네 어쩌네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하필 날이 물꼬 여름 일정과 며칠 겹쳐지네.

아무래도 안 되겠지, 안 되고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안 되겠다고 빨리 답을 해야겄지...


영재로 알려진 아들을 둔, 대학교수인 선배가 있다.

아이가 우리 아이랑 또래여 통화할 때마다 꼭 그들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11학년인데 수학이 대학 수준이란다.

조금 더 헐렁하고 자유롭고 사유할 수 있으면 좋으련.

들이기만 한다고 그게 다 들어가는가.

들어가고 그것이 그 안에서 움직여 더 확장될 여지가 있어야.

공부가 그렇지 않더냐 말이다.

하고 쉬고, 그 쉼이 있어야 머리 안에서 습득한 것들이 자리를 잡지 않더뇨.

뛰어나고 생각이 올찼던 그 아이는 요새 퍽 소침해지고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엄청난 강도의 과외를 하고 있단다.

외려 뛰어났던 아이 하나 망치는 건 아닌가 싶은.

오히려 일반학교를 가서 지내면 더 창의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지난 10일부터 한 달골 뒤란 공사가 해날을 건너고 사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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