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14.불날. 비 몇 방울

조회 수 705 추천 수 0 2015.08.02 14:36:03


해건지기, 아침수행은 날마다의 간절한 기도.

기도란 것이 무엇이더냐.

바닥까지 낮추기, 우주의 절대적 힘에 대한 깊은 경외, 그리고 에너지 모으기.

열일곱이던 계자 아이들 신청이 그 덕이라도 되는 양 스물다섯이 되었네.

하기야 열인들 물꼬가 애쓰지 않겠는가.

천천히 여름 일정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달골 마당 블루베리를 수확했다.

한 가마니? 한 주머니? 한 보시기? 한 종지? 한 주먹? 몇 알?

한 알 땄다.

첫 해 심은 다섯 그루의 나무에 우르르 꽃이 피고 다 열매 안았더랬다.

그런데 나무를 실하게 하기 위해 꽃을 따고 또 따고

그러다 과감히 열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따냈던.

그 한 알 실했고, 따서 귀한 손님 오면 은쟁반에 내는 청포도처럼 내리라 한다.

한 알이 모든 열매들이 총합이며, 그 한 알이 또한 우주 아니겠는지.


“어디예요?”

한참 그림 작업 중인 한 밤이었는데, 이웃이자 물꼬 품앗이가 된 장순샘이

소재를 물었다.

지나는 길이면 잠시 들리란다.

감자와 버섯들을 바구니 바구니 실어주었네.

그리 그리 살아가는 물꼬.

우리가 직접 짓는다는 농사래야 한 뙈기 밭.

이웃의 밭들에서 손 보태고 걷어오는 게 더 많은 농사라.


아이가 학력상을 대표로 받았다는데,

시골 동네라 아이보다 다른 어른 한 분의 전화로 소식을 먼저 듣는다.

9학년까지 산골에서 어미 일을 무지막지하게 도우며 그저 책이나 읽었던 아이는

10학년이 되면서 제도학교를 가더니

한 공부가 없어서 애를 태우며 종종거렸는데 드디어 나름 그런 결실을 맺었다.

전교 1등이 무슨 대수가 아니라

그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가가 문제.

1년을 다녀본 학교에 교사들, 또 학교 시스템에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학교를 그만두고자도 했는데,

그래도 뇌과학 쪽 공부를 하겠다는 자기 길에

학교를 다니는 게, 대학 가는 데,

돈도 덜 들고 가장 쉬운 방법이겠다고 다시 제도에 남았다.

물꼬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 공부는 하면 표가 난다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기의 근기가 일을 통해 만들어졌노라 했다.

고마운 일이다.

아이는 학교를 가면서

부모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깊이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했다.

그런데, 학교를 간 첫 해였던 작년 어미는 한국에 자주 없었다.

그 시간 여러 어른들이 아이가 급할 때마다 곁에 있어주었고

물꼬의 그늘과 그런 어른들이 아이를 건사해주었네. 고맙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물꼬의 교사공동체 안에서 손을 빌었고

키우는 동안에도 그 많은 사랑이 그 아이를 키웠노니.

어느 아이인들 그렇지 않더뇨.

그 사랑덩어리들을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자랄지라.


입안이 헐었다, 두 군데.

근래 아주 돌아가며 입안이 그러하다.

몸을 살피지 않으면 그 삶이 또 무슨 소용이겠는가.

저 몸도 돌보지 않으면서 누구를 돌보겠는가 말이다.

조금 쉬어가며 움직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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