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15.물날. 맑음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5.08.02 14:38:45


말은 너무나 쉽게 흩어진다.

그래서 기록을 할 테지.

이미 훌륭한 시인이었던 시간이 있었을 것.

그건 기록자가 갖는 이름자.

모든 글은 그렇게 남겨진 것.

쓰려고 기다려진 말도 있을 것이나

튀어나온 말을 붙잡아매서 얼른 받아 적는 자가 시인이 된다 싶은.

오늘도 스쳐지나갔던 빛나는 말들이 막상 책상 앞에 앉자 까마득한 칠흑의 밤.

아하, 이제 좀 쓰자.

한 때, 그것도 겨우 한해 정말 하루에 몇 편씩 시를 쓰던 시간이 있었다.

그땐 마치 모든 말들을 받아 적었던 것 같은.

기록에 더 부지런하기.


새벽부터 땀 삐질.

4시간이면 넘치는 잠인 날들이다.

새벽 풀잎을 갉아먹는 벌레들 잡다.


달골 뒤란 축대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군청에서 하는 지원이다.

거기 쌓을 축조블록을 학교에 부려놓았다.

그 어마어마한 것들이 달골 뒤란에 쌓일 것이다.


유달리 문의가 잦다.

몇 해 만에 돌아오는 아이들도 있고, 처음 오는 아이들이

신청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들.

응답기에 남겨진 것들도 잦고.

마치 북적이던 한 때처럼.

최근 몇 해는 대개 조용하게 신청하고

계자 시작 며칠 전에야 전화통화들을 하고 그랬다.

몇 해 전으로 회귀한 듯한 기분.

일이 더 늘지만 역시 이래야 순조롭게 보이는. 실제 순조롭기도.

어디고, 메일이 있어도 음성을 들어야 하고,

전화가 있지만 얼굴을 봐야 더 신뢰가 가는 듯.

특히 아이들 만나는 일에야 더욱.


청소년자원봉사센터 건으로 오전 내내 교무실 책상 앞.

봉사활동확인서 인증여부가 아무런 장애일 것 없는 물꼬 새끼일꾼들이어도

와서 그토록 고생하는데 그 정도는 해주고픈 마음.

어떤 학교는 비제도권인 물꼬의 확인서를 인정해주기도 하지만

또 어떤 학교는 꼭, 꼭 기관등록이 되어있는 경우에만 인정.

해서 단 한 아이가 그것을 필요로하더라도 쓸 수 있도록 봉사기관인증등록과정을 거치기로.

인증기관센터와 이미 논의는 지난겨울 끝났으나 물꼬가 준비하는 서류가 더뎠네.

그러는 사이 도서관으로 나가야 하는 시간이 되고

밥 못 먹고 갈까 학교아저씨가 점심을 차렸더라.

오래 지내니 이런 시간이 다 있다.


노래집 1차 원고가 다 모이다.

십년 넘어 되게 써오던 물꼬 노래집을 이번 참에 바꾼다.

우리가 불렀으면 좋겠음직한 노래들을 보이는 대로 복사해서 파일에 끼워 썼던 것.

그러니 자료가 따로 남아있지 않은.

이번에는 자료로 남아 필요할 때마다 만들기 수월할 것.

지난 6월의 시 잔치에 찻자리를 마련해주셨던 김천 다례모임 어르신들께

식사도 대접한 저녁.


밤에 들어온 류옥하다.

교무실에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해주고.

제도학교를 가고 어른 몇 몫을 하던 이 아이 없으면 어이 지내나 싶더니

때마다 와서 이리 거든다.

“이제 나를 잘 가르쳐줘야 네가 없을 때도 하지.”

“그냥 제가 다음에 와서 해드릴게요.”

하기야 설명하고 알아듣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는 그런 것.

그런데 우리가 아이에게 뭔가 할 수 있게 하려면 바로 그 답답한 순간을 지나

잘 가르쳐주어야 다음에 저가 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나 역시 그래야는데...

아이는 근래 집에 올 때마다 목통증과 허리통증을 치료하고 있다.

한방에서도 양방에서도 수술이 아니고는 별반 달래 치료할 길이 없던.

오늘은 목통혈 치료. 허리는 좀 이제 괜찮아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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