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22.물날. 후덥지근

조회 수 686 추천 수 0 2015.08.04 02:36:44


몹시 무덥다.

“오늘이 가장 더운 거 같네.”

그리들 말했다.

아침에 빗방울이 서넛 다녀가기도.

저녁에도 물뿌리개로 꽃밭에 잠시 주는 물처럼 다녀가고.


어제 중단됐던 달골 공사가 일단 오늘 시작은 되었다.

오후의 바깥수업을 가기 전 달골에 새참으로 옥수수를 찌고 수박을 잘라 올렸다.

밤, 건설회사 대표의 전화.

공사에 이르기까지도 쉽지 않았는데

공사하는 중에도 쉬울 일이 아니었던가 보다.

어제 땅 경계지에서 쓰러진 낙엽송 몇 그루가 문제가 되었다.

넘의 땅이었던 거지.

작업은 중단되고, 소란을 피우는 주인네를 면장님에서부터 여러 사람들이 달랬더랬다.

오늘밤엔 대표가 가서 사정 사정.

어떤 식으로든 당신 존재를 부각시키는 방식에

여러 사람들에게 심지어 골칫덩어리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분이다.

그런 분과 잘 지내는 것도 능력일진대

(고개 절래절래) 그런 숙제도 못하는 자신을 질책 좀.

어쨌든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단다.

고마워 해얄 듯하나 마음이 참...

하기야 고마울 일은 고마울 일이지. 결국 물꼬 일이니.


사진을 현상하러 인근 시를 다녀왔다.

구도가 괜찮은 것들을 골라 그림용으로 인화했다.

그나저나 서평을 부탁받았고 원고를 못 주고 있었더니 독촉이.

책을 읽어야 서평을 쓰지, 시간이 참...

그러면서 또 수월한 책은 없는 시간이라면서도 잠자리에서 뒤적이는; <리큐에게 물어라>


p.105

다도는 마음을 해방시키는 것이 제일입니다.

p.111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p.242

다도를 잘 아는 귀인은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사람을 초대하고 또 초대받아 동좌하더라도 명인을 받들듯 공경해야 한다. 도구를 보는 눈의 옳고 그름보다 그편이 훨씬 중요하지 않느냐.

p.243

오래된 명물에 대한 평가나 다른 다회에 대한 뒷말은 절대 하지마라. 그런 것을 아니꼽지 않게 할 수 있게 되려면 이십 년으로도 부족하다.

p.274

- 사람은 누구나 독을 갖고 있겠지요. 독이 있기에 살아갈 힘도 솟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독을 어떻게 지志로 승화시킬 것인가. 높은 곳을 지향하며 탐하고, 범용한 것을 노여워하고, 어리석으리만큼 노력하면 어떠하겠습니까.

p.299

- 무엇을 어찌하면 그 정도로 손님의 마음에 맞게 다석을 준비하고 요리할 수 있느냐.

(히데요시가 리큐에게 물었다)

-춘하추동 철마다 다른 풍물에 부심하며 무엇에 생명의 싹이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p.441.

와비 차라 해도 매력이 없으면 소용없다... 중요한 것은 생명의 우미한 광채다

p.479

슬픔은 슬픔으로서 받아들인다.


무궁화는... 그랬다. 벌레 잘 끼고 별 감동도 주지 않았던 무궁화가,

진달래가 더 나라꽃 같아 밀려났던 무궁화가

<리큐->를 읽으며 뒤돌아보는 꽃이 되었다.

리큐가 평생 가슴에 품은 녹유향합의 주인 조선 여인이 사랑했던 무궁화.


선조23년(1590년) 선조는 왜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를 파견한다.

이듬해인 1591년 통신사로 갔던 서인 정사 황윤길과 동인 부사 김성일은 돌아와

각기 다른 보고를 한다.

황윤길은 왜의 군비가 그 기세가 놀랍고

전국을 통일한 토요토미의 관상이 예사롭지 않아 위험하니 전쟁에 대응해야한다는 황윤길,

하지만 김성일은 토요토미를 보니 그 생김이 쥐새끼 같고

대국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전쟁을 할 위인으로 보이진 않는다 했다.

그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렇게 다른 결론을 가져왔던 걸까,

<리큐->에서 퍽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잘 읽지 않던 역사소설에 대한 흥미가 일게 한 책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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