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조회 수 2057 추천 수 0 2005.03.10 23:37:00

<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

이번 학기엔 '셈놀이'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카프라를 가지고 놀았지요.
그 왜 나무토막 있잖아요.
덩어리를 나눠 탑을 쌓는데
미리 설계부터 하면서 구구단을 자연스레 써야했지요.

오늘도 부엽토를 긁으러 숲에 갔습니다.
자연이 마련한 선물을 또 하나 푼 게지요.
세상에, 거름까지도 그렇게 갖다 씁니다.
자루에 좋은 기운만 담자고 언성도 낮추었는데,
뭔가로 툴툴거리던 채규도 목소리를 얼릉 내리데요.
날은 또 얼마나 좋던 지요.
망태기가 다 차기 전 옷들을 하나씩 벗어야했습니다.
학교 길 아래 고구마 감자 배추밭에다 부엽토를 부려놓다가
아무래도 모자라겠다고 다른 산길을 올랐지요.
가는 편 어느 댁 산소를 지나는데,
아, 나비요, 호랑나비요,
한 녀석이 봄볕을 맡고 있더라구요.
"나, 호랑나비 봤다!"
"어, 저두요, 저기 무덤가에서..."
그 녀석 오랫동안 그 주위를 팔랑거렸던가 봐요,
늦게 오르던 아이들도 죄 봤다데요.
나비 한 마리로도 우리는 또 얼마나 기뻤는데요...

아이들은 오랜 방학을 하고 돌아온 게 아니라
며칠 잠시 집에 다녀온 듯합니다.
'어제'처럼 그리 살데요.
그렇다고 작은 다툼까지 없을 라구요.
그걸 또 말로 어찌 교통정리를 하려다가
아차 싶었지요.
아이들을 설득하는 건 설명이 아니잖아요.
분위기와, 음성과, 생활과, 또...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지요, 시간.
새로 합류한 하늘이 지용이가
아직 일 시간에 더러 듣는 타박도
뭐 대술라구요,
다만 시간이 흐르면 다 될 거예요,
잘 되구 말구요.

저녁 때건지기 전 간장집 군불을 때고 있었습니다.
곶감집을 갔던 몇이 좇아오는 소리에 내다보는데,
하늘이가 화살을 메고 먼저 달려와 지나쳐갑니다.
그 뒤를 규민이가 열심히 따라요.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키데요.
아이들이 봄을 타고 와서 툭툭 터지는 새싹들 마냥 싱그럽습니다.
여기, 또 천국이, 정토가 열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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