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이 고성의 한 산에 다녀왔다.

여러 해 같이 수행하던 분이 치유를 위한 숲을 만들었다, 만들어가고 있다.

계곡에 있는 돌 하나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굴삭기도 최소한으로 움직였다 했다.

그러니 그 많은 돌로 이루어진 작업들은 손으로 손으로 손으로 했던 일들.

한 스승 밑에서 공부했던 이들이 스승을 떠나보낸 뒤

여러 갈래로 갈라져 곳곳에서 스승을 잇고 있는데,

그곳에 동행했던 기락샘이 그랬다.

전에 갔던 수행모임은 뭔가 여유 있어 하는 한량들의 놀음처럼 보이더니

여기서는 설득이 되네, 했다.

몸을 움직인 흔적은 그런 것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그런 것.

몸으로 먼저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가르침이 있더냐, 어디.


이튿날, 아침부터 흐렸고, 바람이 조금씩 불었다.

아이의 외가가 있는 남도에서 새 식구가 왔다.

사과나무아래서 그의 똥을 치웠으므로 '사과'로 불렀다.

진돗개다.

2003년 시월 왔던 장순이가 여직 물꼬에 있다.

주인 잘못만나 똑똑한 놈 베렸다고 기락샘이 자주 들먹였다.

개 좋아하는 주인 만났으면 윤기가 자르르 했을 거라고.

우리 장순이가 얼마나 똑똑한지에 대해 입을 모아왔다,

그냥 학교를 구경 들어온 아이와 우리 학교 일정에 참여한 아이들을 희한하게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그 장순이가 요새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

떠날 때가 가까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산다.

물꼬의 온 역사를 함께했던 그니이다.

(학교아저씨는 장순이보다 이틀 먼저 물꼬에 오셨더랬다. 허니 더욱 각별하실 것.

장순이 산책도 시키고, 밥을 주고, 잠자리를 봐주고, 때로는 장순이가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그 빈자리를 미리 사과가 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2094 2016. 9. 2.쇠날. 비 옥영경 2016-09-18 701
2093 2016. 6.13.달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6-07-09 701
2092 2016. 6. 8.물날. 흐림 옥영경 2016-07-06 701
2091 2016. 4. 1.쇠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1
2090 2015.10.1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06 701
2089 2015 어른 계자 닫는날, 2015. 8. 9.해날. 맑음 옥영경 2015-08-23 701
2088 2014. 5.31.흙날. 맑음 / 예비교사연수 옥영경 2014-06-13 701
2087 2014. 3. 3.달날. 맑음 옥영경 2014-03-18 701
2086 2013. 7. 3.물날. 비 개고도 계속 흐린 하늘 옥영경 2013-07-25 701
2085 2017.10.21~22.흙~해날. 맑음 / 첫 삽 옥영경 2018-01-05 700
2084 2016. 9.13~14.불~물날. 흐리다 맑음 옥영경 2016-10-04 700
2083 2016. 3.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0
2082 2015.12.3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6-01-03 700
2081 2015.11.25.물날. 밤 진눈깨비 옥영경 2015-12-14 700
2080 2월 어른의 학교(2.21~23) 갈무리글 옥영경 2020-03-28 699
2079 2019. 6.12.물날. 잠깐 가려진 해 / 창고동 외벽 페인트 1 옥영경 2019-08-06 699
2078 2015. 5.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7-06 699
2077 2015. 3.16.달날. 20도 옥영경 2015-04-19 699
2076 2013. 8.14.물날. 맑음 옥영경 2013-09-02 699
2075 2020.11.10.불날. 맑음 / 흙벽 보수 닷새째 옥영경 2020-12-15 6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