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30.해날. 맑음

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5.09.26 08:35:40


 

가을무가 올라오고 있다.

가을이 거기 매달려 산마을에 퍼진다.

두더지는 땅 속에서 밭마다 길을 만들고

사람들은 땅 위에서 구멍을 막고 있다.

사람이 고가다리를 세우고 비행기 날리듯

개미는 개미대로 거미는 거미대로 두더지는 두더지대로

그들의 다리를 세우고 그들의 비행기를 날린다.

존재는 존재로 충분하고

존재는 존재로 우주일지라.

 

베짱이 주간 이레째.

봄학기를 끝냈고, 여름일정이 흘렀으며, 가을학기를 앞에 두고, 쉬어가는 한 주였다.

부엌 선반의 먼지가 일주일의 시간을 말해주었다.

책을 읽었고 영화를 보았고 도시를 갔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계자에서 다친 아이네와 통화가 있었다.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하고,

그래도 재밌었다고 또 가고 싶다 하니 그나마 위안이다.

하지만 대기상태. 처분을 기다리는?

 

남도에서 택배가 와 있다.

어머니 당신도 내 나이쯤 지독한 위장병을 앓으셨더란다.

얼마 전 당신 생신에 간 날 호되게 앓는 걸 보고

당신이 그 시간을 지날 수 있었던 민간의약을 만들어 보내신 것.

부모가 살아있음이란 이런 것.

얼마나 살아야 그런 부모에 우리 이르는가.

 

11학년 아이가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자기 삶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그가 말했다, 12학년이 되면 시험기간에 어머니가 외국에 나가는 일을 미뤄 달라.

있어만 달라니, 대단한 무엇도 아니다.

못하랴.

여전히 우리는, 저는 저의 삶을 살고 나는 나의 삶을 살지라.

 

며칠 비운 대해리는 잎사귀 끝이 노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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