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8.불날. 맑음

조회 수 676 추천 수 0 2015.10.01 08:11:55


움직여야 한다, 마치 그러지 않으면 얼어 죽는 혹한의 눈 속에서 길을 잃을 것처럼.

하면서 힘을 내야 한다. 그래야 힘이 난다.

지난 열흘, 생사람을 보내는 것마냥 불시에 죽어버린 사람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고,

기운이 다 빠져있는 위로 배앓이가 심했다.

깨어있는 건지 잠 속인지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이승인지 저승인지 경계가 흐릿하기도 하고

내가 한 말인지 내가 한 생각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의욕 없이 그리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밥을 먹고 해우소를 가고 더러 전화를 받고

그리고 눈에 보이는 마당의 풀을 뽑기도 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는 말처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말하는 게 말하는 게 아니고.

언제까지? 지금까지! 이제 일어날 때.

움직이면서 생각하기.

지난겨울 자유학기제 기획서를 쓰던 무렵 혹독하게 아팠던 위가

더 심해진 강도로 찾아왔고,

자가진단과 자가치료를 넘어 이제 병원을 기대어 상태를 알아야 하잖을지 싶은 지점.

웬만해선 병원 치료를 할 뜻이 없다 해도 그 다음은 그 다음이고.


달골 널려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학교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좀 들여다보고

교무실로 이동.

밀려있는 일을 또 얼마나 많을텐가.

우선 달골에 할 측량 관련 날을 받아야 한다.

군청으로 전화부터 돌리기.

여러 군데 밀린 전화만으로 오전을 다 흐른다.

오후에는 고래방 뒤란의 꽈리를 몇 뿌리 달골로 옮겨 심고

달골 햇발동 부엌 앞 넘어지던 개나리줄기들을 잡아주었다.

벌레 다 먹은 잎들 사이 새로 뻗어 오르던 가지들이 데크에 널부러지고 있었다.

남도에서 집안 어르신 한 분 흑마늘을 만들어보내셨다, 위를 앓는다 하니.

얼마 전엔 마늘을 찧어 꿀에 재운 것도 왔더라니.

다시 교무실로 돌아가 일을 이으니 6시까지 꼬박이었다.

퇴근해야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날을 이어갈 수 있기를.

상담이며 메일이며 수업이며 기다리는 일들이 포화상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794 2014. 9.30.불날. 흐리다 빗방울 몇 옥영경 2014-10-24 680
4793 2014.10. 4.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4-10-28 680
4792 2014.10.16.~17.나무~쇠날. 썩 내키지 않는 걸음처럼 맑다고 하기는 그런 옥영경 2014-10-31 680
4791 2014.12.21.해날. 맑으나 가끔 눈 날리고 옥영경 2015-01-03 680
4790 2월 빈들 여는 날, 2015. 2.27.쇠날. 맑음 옥영경 2015-03-20 680
4789 2015. 4. 3.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5-04-29 680
4788 2016. 5.17.해날. 맑음 옥영경 2015-07-03 680
4787 2015. 6. 3.물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80
4786 2015. 6. 6.흙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80
4785 2015. 7. 7.불날. 비 옥영경 2015-07-31 680
4784 2013.12.12.나무날. 갰다가 다시 흐리며 눈비 옥영경 2013-12-27 681
4783 2014. 4.14.달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81
4782 2014. 5. 2.쇠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81
4781 2014.10. 9.나무날. 볕 좋은 옥영경 2014-10-28 681
4780 2015. 3.12.나무날. 오후, 비는 그었으나 아직 흐린 옥영경 2015-04-16 681
4779 2015. 5.12.불날. 갬 옥영경 2015-07-01 681
4778 2015. 6.14.해날. 아침 쥐꼬리 소나기 옥영경 2015-07-20 681
4777 2016. 3.2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08 681
4776 2016. 6.21.불날. 흐림, 하지 옥영경 2016-07-16 681
4775 2016.12.21.물날. 비 옥영경 2016-12-30 6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