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10.나무날. 흐림

조회 수 665 추천 수 0 2015.10.07 02:10:53


잠이 많다, 요새.

피해가고 싶은 일 앞에 잠은 그리 쏟아지고는 하더라.

간밤엔 감기 기운까지 겹쳐 일찍 잠자리로 갔다.

가까운 사람을 황망하게 잃고 열흘을 넘게 기운을 내지 못하고 있더니

몸까지 마음을 따라 바람 앞에 출렁이는 줄다리마냥 흔들렸고,

어제 병원에서 뜻하지 않게 검사가 길어지면서

물날마다 하기로 한 바깥수업에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이번학기 바깥수업의 첫 시작이 오늘이 된 까닭.

바깥은, 세상은, 여전하더라.


군청에 제출할 서류 있어 들렀다.

면소재지에 사는 한 분과 마주쳤는데,

동행하고 있던 이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다.

“알지? 물꼬라고... 거기 교장 선생님이신데...”

“아... 물꼬... 물꼬, 거기 아직... 있어요?”

딱히 내게 하는 말도 아닌, 소개를 시키던 분을 쳐다보며.

소개하던 분이 멋쩍게 내 쪽을 보며 그를 향해 먼저 대답을 해주었다.

“물꼬... 해요!”

그렇다. 여전히 살고, 지금도 아이들을 만난다. 아직은 말이다.


사람들과 바느질을 했다.

세월호를 빠뜨리고 엄마들이 모여 바느질을 하며 위로하고 위안했다던가.

우리 삶에 다시 불러들여야 할 옛 살이가 참말 많지.

조선을 살아내던 여인들의 해방구 하나도 규방에서 한 바느질이 아니었을지.

비단을 잘라 감침질로 잇고 솜을 넣고,

꽁꽁 손가락에 힘을 주며 천을 말아 박쥐매듭도 만들어 붙이고...

낭떠러지 밧줄에 매달린 것 마냥

가까운 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안간힘을 쓰는 날들일세.


저녁에 돌아오며 와인을 만들고 있는 곳에 들렀다.

상품으로 낼 것이라 안정된 과정을 위해 효모며 아황산이며들을 넣고 있었는데,

우리야 자연발효를 시킬 것이다.

포도는 장순샘네서 내기로 했다.

우리 포도는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벌써 효소로 담갔다.

다음 주 쇠날 정도나 돼야 포도주 일에 손이 가겄다.

올 겨울에는 샘들 모임에 다른 곡주가 없어도 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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