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22.불날. 맑음

조회 수 673 추천 수 0 2015.10.16 08:41:35


밑줄긋기. <앵무새 죽이기>(넬 하퍼 리/문예출판사, 2002).

아직은 걱정할 때가 아니야, 오래전 읽었던 이 책을 이 한 문장으로 기억했고,

다시 읽는데도 그 문장부터 눈에 들었다.

그런데, 왜 앵무새였던 거지? 앵무새가 어디 나오더라...


p.172

난 네가 뒤뜰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될거야. 맞출 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편견이나 아집으로 고통 받고 목숨을 잃기도...


아, 그랬다.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닌데도 편견과 아집으로 목숨을 잃게까지 하는 인간의 잔인함이라니...


p.200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돼.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p.214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 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


서경식의 <시의 힘>을, 그리고 루쉰의 글을 생각했다.

‘ ‘생각해보니 희망이랑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고향>의 말미에 적어둔 이 말을 “명랑한 언설로 앞길의 광명을 생각하며 걷기 시작하는 자들의 구령처럼 인용하는” 예가 많다고 나카노 시게하루는 지적한다. 하지만 그것은 읽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희망은 없지만 걷는 수밖에 없다, 걸어야만 한다, 그것이야말로 ‘희망’이라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루쉰은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이야기한다. 암흑을 이야기한다. ...’


p.270-271

딜이 설명하는 동안, 만약 오빠가 지금과 다르다면 내 삶이 어떠할까 생각해보았다. 아빠가 내 존재, 내 도움, 내 충고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신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빠는 없다면 아마 단 하루도 살아가실 수 없을 거다. 캘퍼니아 아줌마도 내가 없다면 그럴 것이고, 그들은 모두 내가 필요했다.


그러니 아희들아, 살아줘!


p.297

폭도란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인간이거든. 커닝햄 아버씨는 어젯밤 폭도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여전히 인간이셔. 남부의 작은 읍내마다 모든 폭도들은 늘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 별 게 아니란 말이다.

들짐승 같은 패거리들도 인간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걸.


p.401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나도 몰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 다시 그럴 거다.


1930년대 앨리배마 주. 흑백이 어떻게 갈라져있던가가 배경.


p.405

젬.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라. 세상만사란 겉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단다.


흔한 말로도 우리는 위로 받는다.

하기야 인간의 말이 뭐 그리 종류가 많겠는가.

어차피 다 썼고 거듭 쓸 말.


p.428

아냐. 누구나 다 배워서 아는 거야. 날 때부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윌터는 그 나름대로 똑똑한 거야. 집에 남아서 아빠 일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때로 뒤에 처질 뿐이지. 그 애한테 잘못된 것은 없어. 아냐, 오빠, 내 생각으로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을 뿐이야. 그냥 사람들 말이지.


그렇다. 그냥 ‘사람들’이 있다.


p.525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라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래들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나는 오빠랑 내가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수를 빼놓고는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별로 많은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p.528.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멋진 그대, 안녕하시라.


아, 희귀난치성질환 하나일 가능성을 제기 받았다.

그렇다고 어마무지한 뭐가 아니고, 암도 아니고 말이다,

그저 좀 불편하고 가끔 아프고 한데 다만 원인도 치료약도 아직 없다는.

그것도 ‘가능성’인.

하여 몇 가지 검사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말하자면 좀 재밌는 일이다. 삶이 너무 평범하고 밋밋하니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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