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꺾어다 꽂아두었다.
뭐 이름도 있으니까, 쑥부쟁이다.
그런데 들꽃으로 불리는 것들이 가져다주는 아슴함이 커서
그냥 들꽃,이라 쓴다.
사물은 언제나 자주 그 사물만이 아니다.
거기 우리 눈, 그러니까 우리 마음도 달려있는 중의적 요소가 늘 있다.
그러니까 그건 꽃만이 아닌 게지.
바람과 햇살과 그리운 이들과 찬사와 미움과 원망,
그리고 거기 의지도 달았다.
9월이 어이 갔는가.
8월 31일에 멈춰있던 시간이었던 듯.
황망하게 교통사고로 아주 가까운 벗 하나를 보내고
습기 먹은, 혹은 반대로 푸석푸석한 몸과 영혼이었다.
그런데, 생애에서 한 달 쯤 없는 시간인들 어떠랴.
9월은 갔다!
채반을 꺼내 눅눅해진 다시멸치를 넌다.
한가위 연휴를 보내던 며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채반을 꿰맸다.
테두리가 거의 다 떨어져 안 부분이 그대로 날아가버리려하고 있었다.
학교아저씨가 버린다고 벌써 ‘되살림터’에 세워두었던 물건.
다시 들여와 두어 시간 붙잡았더랬다.
물론 그 사이 다른 바느질을 같이 하기도 했지만,
그걸 효율의 문제로 보자면 얼마나 턱없는 짓이었겠는가,
그거 얼마나(가격이지) 한다고.
꿰맨다고 해서 온전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사물의 가치를 어디 화폐로만 매기더냔 말이다.
내가 꿰맨 건 어쩌면 후덜후덜해진 내 삶의 어느 모퉁이었는지도.
쓰면서 기분 좋았네.
10월이 기다리고 있다.
바깥 수업도 여전히 돌아갈 것이고,
산마을에 아이들이 들어도 올 것이다.
달골에는 치유정원의 첫 단계로 굴삭기 작업이 있을 것,
그 이름이 ‘달아 노피곰’ ‘새벽 뜨락’ ‘아침 뜨락’ ‘아침 뜨락 노피곰’ ‘달아 머리곰’ 그 무엇이든.
천리포수목원으로 가을을 걸을 것이고,
한국에 없을 한동안도 있고.
희귀난치성질환 의심환자이고 있다.
아, 유전도 아니고, 전염병은 더욱 아닌.
뭐 심각한 건 아니고. 인간이 치료할 수 없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
증상이 드러날 땐 좀 아프고 많이 불편한.
뭐 불치병이고 증상이 일어날 때마다 해결하면 될.
많이 쉬는 것이 최상이라고.
암이나 관절염 그런 것들처럼 그저 같이 살아가면 되는.
없앨 수 있다고 또한 없애는 게 최선이 아닌.
서로 어불려 그리 사는 것일지라, 서로 날선 사람들끼리도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