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2.쇠날. 높고 파란 하늘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5.10.31 23:48:26


아, 햇살!

살아라고 살아라고 살아라고...


하나씩 9월의 일들을 10월에 끌고 와 한다.

책상 앞.

‘알게 되어 기쁘다... 그 마음이 이 마음과 비슷할까요, 그랬습니다.

알게 되어 기쁩니다!’

여름 밥바라지를 했던 분께 글월 한 줄.

한참 전 안부를 묻는 글을 받고도 9월을 통째 흘려보냈다.

‘날짜를 챙겨보니 8월 26일과 9월 20일에 들어와 있던 메일입니다.길었던 8월이었고, 지독했던 9월을 보냈더랍니다.

계절과 계절 사이 꼭 스며있는 비가 어제 그리 내렸고,

하늘이 말간 얼굴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이제 일 좀 해야지, 가장 먼저 상미샘께 글월 한 줄 써야겠다 한참입니다.

산골 살면 하늘 고맙기 더합니다,

비 오면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이젠 좀 가벼워진 마음이 저 갠 하늘 덕도 크겠는 아침.’

아무래도 이 산마을에서 일을 통해 사람을 보기가 쉽다.

후배며 품앗이샘들이며 아이들이며 연애를 할라치면

여기 한 번 데려오라 한다.

어떤 사람인가 이 불편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지내다보면 다 드러나더라, 그런 식.

지난 계자, 그저 그런 찬사가 아니라 단단한 사람을 만나 참으로 기뻤다.

괜찮은 사람을 알고 그랑 교류한다는 건 복이다마다.

같이 일하고, 그 움직임이 전체에 정말 도움이 되고,

그 사람이 아주 괜찮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

나이 들수록 좋은 사람 곁에 깃들고 싶어지는 게 너 나 없는 마음,

예쁘고 잘생기고 그런 게 그리 중요하지 않아지는 그런 나이일수록.

하여 우리 삶에서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해지는 문제 아닐지,

그래서 어떤 이에 대해 묘사를 하다보면 결국 ‘어떤 일을 하건 사람이 좋아야지’,

라는 말을 잣대로 내밀게 되는.

그니는 세 아이의 엄마이다.

그것만도 매력인데, 그 아이들이 또 그토록 결 고운 아이들이라니.


‘예, 틈틈이 연락해요.

벗이 생겨 기쁩니다.

아이를 통해 만나 그리 친구가 된 두엇의 사람이 있습니다.

고마울 일이지요, 고마울 일입니다.’


나도 샘께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달라 했다.

언제든 밥과 잠자리를 내겠다 했다.

훌륭한 친정과 그 식구들을 지니셨지만

그래도 숨어들거나 쉬러 들어가 오롯이 고치 속에 든 듯한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습디다.

그리 쓰시길, 간절히.’


자, 10월의 일은 11월의 일이 안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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