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6.불날. 맑음

조회 수 690 추천 수 0 2015.10.31 23:53:21


한 시인의 시를 읽었다.

들깨를 터는데 향기가 나더라고,

그런데, ‘시대가 나를 두들기고 밟아갈 때/아 나는 무슨 속내를 내어놓나/

나는 무슨 향기를 바람에 전해주나’ 했다.


오늘부터 달골 콩밭 묵정밭에 굴삭기가 들어와 작업한다.

이틀 동안 장순샘이 진두지휘하기로 한다.

달골’은 학교에서 1km 떨어진 곳으로,

물꼬의 부속건물(햇발동과 창고동)이 있는 일대를 그리 부른다.

마을 건너편으로 가파르게 오른 산기슭.

이 골짝에서 가장 먼저 달을 볼 수 있는 곳(하여 ‘달이 머무는 골짜기’쯤),

그 말은 해를 맨 먼저 본다는 말이기도.

거기 명상정원, 치유정원 혹은 채플 공간을 오랫동안 꿈꾸어왔고,

드디어 시작을 한다.

“이틀에 못 끝내겠는데요...”

그러면 사흘이 될 테고, 그러다 나흘도 될 수 있으리.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듯.

예산도 예산이지만 천천히 생각하며 할 작업들이라

미리 대형장비로 작업을 그리 많이 할 일이 아닌.

기본 작업만 장비를 들이고, 손으로 손으로 손으로 몇 해 해나가리라 하니.

그 이름은 무엇이 될 거나;

‘달아 노피곰’ ‘아침 햇발’ ‘아침 뜨락’, ‘새벽 뜨락’, ‘달하 노피곰’, ‘해야 머리곰’, ‘노피곰 머리곰’ ‘새벽의 집’...


참을 내고 밥상을 차리고.

그럴 수 있는 날을 받았더랬다. 바깥수업이 없는 날로.

달골 오른 김에 햇발동과 창고동 앞마당 마른 풀을 매고,

어제 괴산유기농축제에서 실어온 제충국도 심었다.


주된 일은 장비가 하고 장순샘이 전체 상황을 점검하고 학교아저씨도 올라 손을 보태지만

고단하긴 함께이라.

게다 감기가 왔다.

어제 새벽 역에서 사람을 보내고 다시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떨었던 것.

곤하기 더한.

책상 앞에서 할 일들을 접고 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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