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8.나무날. 맑음

조회 수 679 추천 수 0 2015.11.01 16:03:33


때가 되면 한다.

아이들도 기다리면 된다.

우리가 관심을 놓지만 않으면!

아침 수행을 그렇게 여러 날을 흘려보내고 했었네.


달골 명상정원 만들기 기초로 굴삭기 일 사흘째.

장순샘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밭 왼편, 그러니까 동쪽으로 바깥 강의실을 만들다.

밭가에 있던 나무를 살리고 그 아래 제단같은 너른 바위를 놓고

그 맞은편으로 반원형의 돌계단을 쌓다.

누군가의 발언대이기도 할 테고, 강의실일 수도 있을 테고, 명상을 함께 하기도 하고,

작은 공연을 펼칠 수도.

굴삭기는 굴삭기가 할 일을,

장순샘과 학교아저씨는 손으로 돌멩이들을 줍고 옮기고.

밭가에서 꽤 나온 칡은 즙을 내리려.

이틀 쓰려던 장비는, 그것도 밥상을 차릴 수 있는 때를 잡았던 것인데,

다시 이틀을 더 쓰게.

그래서 바깥수업이 있는 오늘은 준비해둔 찬들을 학교아저씨가 차리기로.

그런데 내일은? 춤명상 깊이하기가 있는 주말이다.

“임산 나가서 맛난 것들 드셔요.”

그냥 학교에서 먹겠단다. 있는 대로 꺼내드시겠단다.

오가기도 귀찮고, 나가봐야 별 거 없다고.

하여 당신들이 챙겨드시기로 한다.


책 하나 쥐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부키, 2010)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글쓴이가 친필로 서문처럼 속표지에 쓰고 있던 몇 줄이었다.

역사가 뒷걸음질 치는 한국사 교과서 소식이,

미동도 하지 않는 세월호 후속 작업이 주는 우울이 무기력을 부르는 것이

어디 이 산골이라고 피해가겠는가.

글 한 줄이 위로이고 힘이고 다음 걸음이 되기도 하더만.

자, 일어나 함께 걷기로, 뭔가 하기로.


그나저나 정말 늙어버렸나.

아침엔 일찍 잠이 깼다. 달포 넘게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그럴 밖에. 그만큼 또 일찍 자기도.

그런데 그것만도 아닌.

사람 보내고 뭔가 흐름이 늦어지고 기운이 떨어졌다.

오늘은 목까지 따가웠기 때문.

다들 목감기로 고생들 한다고.

목아 퍽 따갑다.

차를 끓이고 소금물로 가글을 하다.

같은 감기를 앓는다면 어여 나으시라,

따뜻한 물 자주 마시고, 소금물로 가글도 하고, 과일 먹고, 무엇보다 충분히 쉬고.

말 적게 하기. 그러면 이래저래 신간도 편한.

스트레스도 안 받기. 그러자면 너그럽기. 그렇게 용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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