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30.쇠날. 맑음

조회 수 669 추천 수 0 2015.11.23 15:46:03


찬바람. 아침기온 5도로 떨어진.

겨울로 가는 걸음을 서두르는 날들이다.


“앗 족제비! 정말!”

지난 위탁교육에서 아이 하나가 달골 햇발동을 나오다 족제비를 보았다 했다.

“너구리 아니었니?”

“족제비 맞아요.”

통통하게 쥐를 닮고 길었다 한다, 다람쥐도 청솔모도 아니었다 한다.

하기야 밤도 아닌데 너구리가 밝은 날 집 가까이 있기 만무라.

그런데, 정말 있더라, 오늘 보았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동안에도 산 것들은 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니.

누가 보나 안보나 우리 삶은 이어질지니.


한참동안 부엌의 물통 위에 양재기 하나 올려져있었다,

매실효소 항아리에서 나온 녹지 않은 설탕이 오래 그 안에 담겨있은.

그러니까 매실내 나는 설탕.

시럽을 만들었다. 매실 목욕하고 간 시럽쯤 되겠다.

뭔가 놓여있으면 그걸 치우는 날이 그예 온다.

부산할 계자 전에는 해야지 했더니만 생각보다 이리 빨리 하는 날도 오네.

위탁교육이 아니라면 쇠날에는 그리 살림을 살필 수 있는 날.

청양고추도 다져 냉동실에 넣는다.

겨울에 쓰일 것들이다, 특히 겨울계자.


문짝 고치다.

해 넘어가면 추운데, 게다 기온 아주 떨어져 콧물 쭐쭐 흘리며.

해체된 문짝이 운동장 가 평상에 여러 날 놓여있었더랬다.

설악의 태봉샘과 기택샘이 지난 봄

사택들인 간장집 된장집 고추장집에 새로 문짝 하나씩을 달아주었더랬다.

그 가운데 고추장집 보일러실 문이 바람에 덜그럭거리다

그예 날리다시피 쓰러져서 언덕 아래 밭으로 떨어졌던 것.


달골에는 통신 중계기가 달렸다.

올해만도 통신이 두절되었던 세 차례가 있었고,

그 항의가 달골 건물 안 중계기가 되었다.

달골에서도 메일 오가는 일이 수월할 수 있겄다.

나가는 기사에게 거실에 시멘트 못도 하나 박아 달라 부탁해서

세워져있던 액자도 걸었다.

힘으로 잘 안 되는 일은 그렇게 오고가는 손을 빈다.

밤엔 바깥에 놓여있던 화분들도 들여놓았다.

겨울을 나고 다시 나갈 그들이다.

들이닥치듯 하는 겨울이 올해는 한 발 한 발이다.


한 마을공동체에서 강의를 요청해왔다.

공동체라는 이름을 버리고 있는 지금의 물꼬가 할 말은 있을 것인가.

‘농사를 짓는 것으로는 지금이 정점으로 보이는데,

재정적으로는 파멸적인 징후’라는 표현을 밀농사를 몇 해 짓던 이의 글에서 보았다.

교육적 생각으로는 지금이 정점으로 보이는데,

(늘 마지막이 정점이지 않겠는가, 계속해온 생각이라면, 아무렴 그것만 생각해왔다면.)

살림으로는 좀 궁핍하군, 이라고 치환할 수도 있을. 하하.

할 말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아니 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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